《흔히 자동차의 인상은 ‘얼굴’이 좌우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자동차는 앞 범퍼와 그릴의 생김새, 헤드램프, A필라(보닛과 차 지붕을 이어주는 기둥) 등 앞부분이 전체 느낌을 좌우한다.
그러나 차에서는 얼굴 못지않게 중요한 게 ‘뒷모습’이다.
특히 배기구(머플러)의 수와 모양, 위치는 차의 디자인을 결정하는 주 요소로 꼽힌다. 엔진에서 발생한 배기가스를 배설하는 감추고 싶은 치부’였던 머플러가 이제는 맘껏 드러내고 싶은 ‘힘과 미(美)의 상징’이 돼 버렸다.
이른바 ‘머플러의 재해석’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 머플러는 돈과 힘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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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플러는 촉매장치와 소음기, 배기구 등 3부분으로 구성된다.
엔진에서 나온 배기가스가 촉매장치를 거치면서 정화되고, 소음기 안의 흡음재를 통과하며 숨을 고른 다음, 배기구로 빠져나오는 식이다.
예전의 머플러는 소음기에서 배기구까지 기능적인 면만 고려해 설계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차량의 성능과 독특한 엔진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형태를 취하기 시작했다.
특히 고성능과 중후한 배기음을 가진 모델일수록 머플러의 개수가 늘어나는 게 최근 흐름이다.
예컨대 메르세데스벤츠 모델 가운데 최고의 역동성을 자랑하는 AMG 모델은 크롬 처리된 배기구 2개짜리 듀얼 머플러가 좌우 양쪽에 있다. 이른바 배기구가 4개 달린 ‘듀얼 트윈’ 머플러다. 배기 효율을 높여 주면서도 벤츠 특유의 부드럽게 깔리는 엔진음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배기구의 수는 차종의 우열을 가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BMW 5시리즈 가운데 10기통 507마력의 폭발적 성능을 자랑하는 스포츠세단 M5 역시 ‘듀얼 트윈’ 머플러를 달았다. 반면 다른 5시리즈는 대부분 듀얼 머플러에 그치고 있다.
BMW 관계자는 “자동차 회사들은 모델별로 제각각의 배기음을 만들기 위해 머플러 설계에 신경을 쓴다”면서 “고성능, 고가의 차종일수록 배기구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 머플러는 미의 포인트
폴크스바겐의 고성능 세단 페이톤 W12 6.0(12기통 6000cc)은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위해 머플러와 뒤 범퍼를 일체형으로 만들었다. 범퍼에 구멍을 파고 머플러를 설치한 것.
범퍼 일체형 머플러는 성능 개선에도 한몫을 한다.
일반적으로 머플러가 범퍼 밑에 있으면 차체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차체 바닥을 흘러온 공기가 차체 뒷부분에서 와류(渦流)를 일으켜 차의 직진 성능을 떨어뜨린다.
폴크스바겐은 머플러를 범퍼에 통합시킴으로써 차체를 더 낮추고 와류를 일으키는 공기의 유입을 줄인 것이다. 머플러의 온도가 매우 높아 범퍼와 통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렉서스의 최고급 세단 LS600hL도 범퍼 일체형 디자인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람보르기니, 포르셰 등 세계적인 스포츠카들은 독특한 디자인을 내세우기 위해 한쪽에 치우쳤던 배기구를 당당히 가운데로 뺐다.
또 GM대우가 최근 내놓은 스포츠카 G2X는 범퍼 일체형 머플러를 좌우 양측에 달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한다.
GM대우 기술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배기구의 배치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차의 인상은 크게 달라진다”며 “특히 스포츠카는 일반 승용차와 달리 미적 감각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중앙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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