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조림 한 점을 집어 들었다. 갈색 양념이 걷히며 눈부시게 하얗고 탱탱한 살이 드러났다. 회로 떠도 될 만큼 싱싱한 전어였다.
다음엔 아침에 경남 진해 앞바다에서 올라온 전어회를 깻잎에 싸 먹었다.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입에 가득 찼다. 그뿐인가. 잡채, 우거지 지짐, 비듬나물, 간장게장, 해물된장찌개, 부추김치, 물김치에다 큼지막한 고등어자반구이 한 마리까지….
김이 솔솔 나는 밥을 입에 한가득 넣고 이번엔 무슨 반찬을 먹을까 이리저리 젓가락 방아를 찧는 호사를 모처럼 누렸다.
서울 중구 장충동 소피텔앰배서더호텔 맞은편에 있는 한정식집 ‘전원’에서는 제철 생선과 야채를 배불리 먹을 수 있다. 회사원들은 평일 끼니의 대부분을 밖에서 해결한다. 설렁탕 김치찌개 등과 같은 일품요리도 좋지만 때로는 집에서 차린 것처럼 여러 가지 반찬을 먹고 싶을 때 한정식집이 생각난다. 전원은 바로 그런 욕망을 채워 주는 곳이다.
밥과 국을 빼고도 22가지나 되는 반찬 중에서 고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장인 문분선 씨는 “내가 육류를 먹지 않아 잘 모르기 때문에 예전부터 생선과 야채 반찬만 만들어 왔다”고 했다. 참살이 식단이다. 몸에 좋은 오메가3가 풍부한 생선과 성인병 예방에 좋은 야채들이 많으니…. 카페풍의 나무 문짝을 밀고 들어설 때부터 등 푸른 생선 냄새가 진동했었다.
여러 가지 반찬 중에서 콩잎조림과 방아잎전, 미역귀 볶음이 특이했다. 배초향이라고도 하는 방아의 잎은 경상도에서 매운탕 추어탕 등에 넣어 먹는 야채. 생선을 비롯해 야채도 문 씨의 고향 진해에서 직접 부쳐 오는 것이 많다고 한다. 반찬이 많다고 밥을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된다. 누룽지와 과일이 기다리고 있으니….
패션디자이너 출신인 문 씨는 정식으로 요리를 배운 적이 없으나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해 1986년 이 음식점을 차렸다. 어릴 때 어머니가 해 주시던 음식을 하나씩 둘씩 만들어 가며 종류를 늘렸다. 반찬 수와 종류는 철마다 달라진다. 봄에는 도다리와 세꼬시를 내고 겨울에는 대구탕을 내는 식이다.
촬영·편집: 동아일보 편집국 특집팀 박영대 기자
가끔 대구알젓, 대구포 등 드문 음식도 내놓는다. 꾸둑꾸둑하게 말린 대구를 쪽쪽 찢어서 초장이나 막장에 찍어 먹으면 꼬들꼬들한 맛이 일품이다.
1층에 식탁 댓 개, 2층에는 1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큰 좌식 식탁 두 개가 있다. 2층 다다미방에 앉아 베란다의 화분과 은행나무 잎이 흩날리는 것을 바라보며 밥 먹고 차 마시는 기분이 그만이다.
정재계, 문화계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이 집을 자주 찾으며 30, 40대 회사원들도 많이 온다. 점심 한정식은 1인당 2만 원. 저녁식사는 1인당 10만 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02-2278-3096
맛★★★ 분위기★★ 값★★
(★★★좋음 ★★보통 ★안 좋음)
신연수 기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