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멕시코 요리라면 서양식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먹어 본 밀전병 같은 음식이 떠오를 것이다.
싸 먹는 재미가 있어 메인 요리에 추가해 먹는 음식 정도?
하지만 멕시코 요리는 그 자체로 참살이(웰빙) 식품이며 훌륭한 메인 요리가 될 수 있다.
1982년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문을 연 뒤 현재 미국에만 156개, 세계 24개국에 158개 매장을 가진 멕시코 요리 전문점 ‘온 더 보더’가 최근 아시아권에서 처음으로 한국에 문을 열었다.
온 더 보더를 비롯해 서울 시내에서 인기 있는 멕시코 요리 전문점 4곳을 비교해 봤다.
알고 먹어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멕시코 음식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 국경 근처의 그 집, 온 더 보더
보통 국경 근처에는 인근의 문화들이 혼합돼 있다. 음식 맛도 마찬가지. 미국과 남미 대륙을 잇는 멕시코의 요리는 북쪽으로 갈수록 미국 요리와 비슷해지고 남쪽으로 갈수록 콜롬비아 브라질 등 남미 요리와 비슷해진다.
서울 신촌에 문을 연 ‘온 더 보더’는 북쪽 멕시코 요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음식 재료의 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점에서 미국식 멕시코 요리와 다르다.
온 더 보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리는 ‘구아카몰 라이브’ ‘엔칠라다 수이자스’ ‘콤보’다. 모두 재료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것.
구아카몰 라이브는 전채 요리다. 크고 잘 익은 신선한 아보카도 두 개를 양파 토마토 할라페뇨 실란트로 소금과 함께 쟁반에 담아 와 손님의 눈앞에서 직접 만든다. 아보카도 껍질을 벗겨내고 신선한 야채와 함께 버무리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고 먹으면 신선한 향취가 느껴진다. 1만1900원.
온 더 보더 본사의 그레고리 월터 글로벌 사업개발 사장은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인 빌 코스비 부부가 온 더 보더에서 항상 시켜먹는 것으로 전채 요리 중 가장 유명하다”고 소개했다.
엔칠라다 수이자스는 대표적인 멕시코 전병 요리다. 옥수수 반죽을 구워내 닭고기, 잘 익은 토마토, 사워크림, 치즈를 넣어 만 뒤 실란트로 잎을 얹어 낸다. 멕시코식으로 두 번 데친 콩과 볶음밥이 함께 나온다. 1만4900원.
콤보는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쇠고기나 닭고기, 양파 할라페뇨 등으로 만든 속을 절반만 싼 타코, 완전히 싼 엔칠라다, 닭고기를 돌돌 말아 튀긴 치킨 플라우타, 멕시코식 만두인 엠파나다를 입맛에 따라 2∼4개 골라서 먹을 수 있다. 1만2900∼1만8900원.
월터 사장은 “고기를 구울 때도 스모크향이 배도록 하고 칩 하나도 즉석에서 만들어 내놓는 등 신선함을 살리려고 노력했다”며 “칵테일 등 음료가 다양하게 구비돼 있어 직장인들이 즐기기 좋다”고 말했다.
○ 외국인이 즐겨 찾는 타코 칠리칠리
서울 용산구 녹사평에서 남산 3호 터널 쪽으로 가는 이태원 길가에 있는 ‘타코 칠리칠리’에는 외국인이나 외국 생활을 했던 젊은층이 끊이지 않는다. 멕시코시티에서 4년간 살았던 김용철 사장이 서민적인 가격에 멕시코의 길거리 음식 맛을 재현했기 때문이다.
아래 위층 합해 25평 남짓한 가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리는 ‘타코 알 파스토르’.
이 요리는 손바닥만 하게 구운 옥수수 반죽에 삶은 콩, 실란트로, 올리브, 할라페뇨, 양파와 함께 쇠고기나 닭고기를 얹어 먹는 매우 간단한 음식이다. 옥수수의 고소한 맛과 실란트로의 독특하면서 신선한 향, 올리브 맛, 할라페뇨의 매운맛, 양파의 신선한 맛, 콩의 건강한 맛을 풍성하게 느낄 수 있다. 3000원.
치즈 맛이 강한 ‘케사디야’(4000원)도 인기가 있다. 가장 비싼 요리라고 해야 재료의 신선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엔칠라다(7500원) 정도다.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2호점을 열었다.
○ 맛에 미쳐요, 까사로까
서울 강남구 논현동 ‘까사로까’는 ‘미친 집(crazy house)’이라는 뜻이다. 설명인즉 미치도록 맛난 집이라는 것.
이 음식점은 퓨전 멕시코 요리로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멕시코의 전통 소스인 매콤한 살사소스를 응용한 파스타 요리 등 여성 취향에 맞는 메뉴가 많다.
해산물 요리인 ‘할리스코’는 가장 인기 있는 메뉴. 살사소스로 맛을 낸 각종 해물을 구운 밀가루 반죽에 싸서 먹는다. 크기에 따라 1만5900∼3만1500원.
동물성 기름이나 화학조미료 등을 쓰지 않는다는 게 이 집의 자랑. 음식에 함께 나오는 사각썰기 한 토마토가 덜 익었고 애피타이저로 내놓는 옥수수 칩에 기름기가 많이 묻어 나오는 건 단점. 여의도에 분점이 있다.
○ 캐주얼 멕시코 요리점 도스 타코스
‘도스 타코스’는 ‘두 개의 타코’라는 이름과 달리 타코 요리보다는 부리토 요리가 많다.
멕시코 요리는 전병을 싸는 방법에 따라 요리의 이름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부리토는 신생아의 발 부분을 속싸개로 싸는 방식을 생각하면 된다. 속이 보이지 않게 접어서 싸는 방식이다. 타코는 절반만 접은 것, 엔칠라다는 동그랗게 만 것, 케사디야는 아래위로 덮어서 구운 것, 엠파나다는 겉은 파이 같은 느낌이 드는 만두다.
도스 타코스의 ‘감자&에그 부리토’는 양이 아침 겸 점심인 브런치로 적당하다. 여성 기준으로 아침에 먹기에는 좀 많다 싶지만 출출할 때 햄버거 대신 시도해 보면 좋을 듯하다. 치즈가 많이 들어가 좀 부담스럽지만 크게 썬 감자의 부드러운 맛이 장점이다. 6000원.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