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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마공원 여기수 삼총사 “말귀신이 씌었나 봐요”

입력 | 2007-10-26 03:03:00

서울경마공원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기수 3총사’ 이애리 이금주 이신영(왼쪽부터). 이애리 기수는 영화 ‘각설탕’에서 주인공 임수정이 말 타는 장면의 대역을 하기도 했다. 2001년 데뷔한 이금주 이신영 기수는 한국마사회 첫 공채 출신 여기수. 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말귀신이 씌었나 봐요.”

500kg이 넘는 거구의 말을 몰며 매주 남자들과 대결하고 있는 경마 여기수 이애리(27)는 말에서 100번 넘게 떨어졌다. 2002년 데뷔한 이후 큰 부상도 몇 차례 있었다. 달리는 말 위에서 펜스 밖으로 떨어져 골반뼈를 다치기도 했고 말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낙마해 목을 다치기도 했다. 그는 “오히려 처음이 안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그럴까.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는 다시는 말을 안 타겠다고 생각하는데도 회복되면 망아지와 말들이 그렇게 보고 싶을 수가 없어요.”

경마는 국내 프로스포츠 중 유일하게 남녀가 정식경기에서 성대결하는 종목이다. 서울경마공원 기수 62명 중에 여기수는 3명. 이애리와 이금주(30), 이신영(27)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애리 기수는 6세 때부터 우슈를 했다.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다. 이금주 기수는 대학에서 사회체육을 전공했다. 이애리 기수는 아버지의 권유로, 2001년 한국마사회 여기수 공채 1기인 이금주 기수는 “새 분야를 개척하라”는 대학 은사의 권유로 시작했다.

“제가 보기엔 경마에서 말의 비중이 80%는 되는 거 같아요. 상대적으로 사람의 비중이 적다 보니 남녀의 구별도 별 차이가 없는 듯합니다.” 이애리 기수의 분석이다.

여자는 몸무게도 가볍고 유연성도 좋다. 그러나 말을 힘차게 몰고 갈 때 필요한 힘이나 지구력 등은 남성이 앞선다.

“남녀를 떠나 승부 근성이 있어야 합니다. 솔직히 많이 힘듭니다. 그러나 승부욕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의지가 확고하지 않다면 크게 권하고 싶지는 않네요.” 이금주 기수의 말이다.

이애리 기수 역시 “주위 아는 사람이 여기수가 되려 한다면 말리고 싶다”면서도 “동등한 조건에서 남자를 이기는 것도 보람이 있고요,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는 점도 매력입니다”라고 말했다.

기수 모집은 남녀 구별이 없다. 키 168cm, 몸무게 49kg 이하가 기준. 이애리 이신영 기수는 160cm, 이금주 기수는 150cm다.

상금에 따라 결정되는 이들의 연소득은 5000만∼8000만 원. 최근 1년간 이신영은 112전 16승(승률 14.3%), 이금주는 39전 3승(7.7%), 이애리는 142전 7승(승률 4.9%)을 기록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