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에 펼쳐진 神의 조각 전시장 Great!
호주가 자랑하는 세계적 관광명소 그레이트 오션 로드. 호주대륙 남동쪽 해안을 끼고 도는 이 비경을 보려면 멜버른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것이 알맞다. 22일 대한항공의 인천∼멜버른 직항노선 취항을 계기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멜버른 주변의 관광지를 가 본다.
○ 1차대전 참전 용사들이 뚫은 214km 도로
유럽풍의 건축물과 문화 예술의 도시로 유명한 멜버른은 ‘남태평양의 런던’으로 불린다. 빅토리아 주의 주도로 호주 제2의 도시다. 한국의 초봄과 비슷한 이곳의 10월 날씨는 런던처럼 변덕스럽다. 떠오르는 신시가지 ‘도크랜드’의 빌딩 숲을 뒤로하며 시내를 빠져나가면 바로 대자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멜버른에서 질롱을 거쳐 차로 1시간 반 정도 달리자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초입인 토키에 다다랐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멜버른 남서쪽 토키에서 워넘불에 이르는 214km의 해안도로다. 호주는 제1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귀향한 군인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1919년에 이 도로를 착공했다. 공사 13년 만인 1932년에 개통한 이 도로에 참전용사들을 기념하는 아치가 세워졌고 ‘그레이트 오션 로드’라는 이름으로 호주의 역사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었다.
토키에서 서쪽으로 얼마 안 가 벨스비치가 있다. 영화 ‘폭풍 속으로’에서 키아누 리브스와 패트릭 스웨이지가 서핑을 하던 곳이다. 휴양지 론과 아폴로 베이를 거쳐 포트 캠벌까지 꼬불꼬불한 도로는 바다와 절벽과 해변 식물이 어우러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하이라이트는 포트 캠벌 주변에 모여 있는 12사도(예수의 12제자를 의인화한 바위), 런던 브리지, 로크 아드 협만(gorge) 세 곳이다.
영상취재 동아일보 편집국 특집팀 조창래기자
멜버른에서 하루 일정으로 출발했다면 아폴로 베이에서 점심을 먹는다. 이곳에서 1시간을 달려가자 12사도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며 반겨준다. 영겁의 사연을 간직한 채 바다에 서 있는 ‘조각품’을 바라보니 신(神)이 빚은 작품을 모아놓은 전시회에 초대된 듯 벅찬 감동이 밀려와 가슴이 먹먹하다. 본래 12개였던 이 바위는 파도와 바람에 무너져 7개밖에 남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무너진 것이 2005년 6월의 일. 12사도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헬기투어도 놀라운 경험이다. 10분에 90호주달러(약 7만 5000원).
이 일대는 ‘난파선의 해안’으로도 불린다. 그 옛날 영국을 출발해 멜버른으로 향하던 배들이 ‘걸작’에 취해 다가오다가 100척이 넘는 배가 좌초되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이 비극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곳이 12사도 서쪽의 ‘로크 아드 협만’이다. 1878년 ‘로크 아드’호가 이곳에서 침몰해 두 사람의 생존자가 남았는데 이 당시의 난파 이야기를 담은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다.
포트 캠벌의 서쪽에 있는 ‘런던 브리지’도 빠뜨릴 수 없는 명소. 육지에 붙어 2개의 아치로 이루어져 있던 이 바위는 1990년 1월 큰 아치가 무너져 한쪽만 덩그러니 남았다. 당시 이곳을 찾은 두 남녀가 고립되었는데 이 상황이 호주 TV에 중계되었다고 한다. 훗날 타블로이드 신문이 이들을 추적해 보았더니 두 가정이 파탄 직전에 있었다.
멜버른으로 돌아올 때는 3시간 정도 걸리는 지름길을 이용한다.
○ 인천출발 직항로 개설 멜버른 관광 쉬워져
유럽, 특히 영국을 향한 멜버른의 ‘간절한 애정’은 시내 곳곳에서 배어 나온다. 멜버른의 중심인 플린더스 거리에서 가까운 피츠로이 가든은 영국의 국기 유니언잭을 본떠 만들었다. 영국에서 옮겨 심은 느릅나무가 자태를 뽐내는 공원에 호주대륙을 탐험한 제임스 쿡 선장의 집까지 영국에서 옮겨 복원해 놓았다. 시내 중심을 무료로 운행하는 서클 트램은 관광객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명물이다.
멜버른 동남쪽의 단더농 지역에서 열대우림 산속을 달리는 증기기관차 ‘퍼핑빌리’를 타보는 체험도 환상적이다. 멜버른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필립 섬의 ‘펭귄 퍼레이드’도 놓칠 수 없다. 30cm 키의 펭귄들이 해가 지면 수십 마리씩 모여 뭍으로 아장아장 귀가하는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멜버른(호주)=조창래 기자 chlcho@donga.com
●여행정보
◇항공편 ▽멜버른 직항노선=대한항공이 주3회 운항. 10시간 55분 소요 ▽인천 출발=월 수 금 오후 7시 15분 ▽멜버른 도착=화 목 토 오전 7시 10분 (10월 28일부터 일광절약제 적용)
◇멜버른 패키지 상품=그레이트 오션 로드 및 소버린힐 관광이 포함된 4박 6일 일정의 상품이 판매 중. 149만 원부터. 한진관광 02-726-5500, 하나투어 1577-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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