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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 성과 내려 종전선언-평화협상 분리하려고 해”

입력 | 2007-10-26 03:13:00


美전문가들 진단

“평화협상 개시 선언과 종전(終戰)선언은 다른 것이다. 일의 순서상 각각 협상의 시작과 끝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한국 청와대가 개념을 자꾸 모호하게 사용하는 이유는 짐작이 된다.”(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연구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분리해 ‘평화협상 개시 선언 형식’으로 종전선언 이벤트를 추진해 보려는 청와대의 의지가 분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의지가 미국에 통할지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하는 워싱턴 전문가들이 많다.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7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종전선언은 평화체제 협상 개시 선언이 될 수도 있다”고 운을 뗀 데 이어 24일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도 “종전선언은 평화협상을 이제 시작하자는 관련국들의 정치적 상징적 선언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백 실장은 나아가 11월 중순 직접 미국을 방문해 설득 노력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가 현실로 구현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선언을 만들어 내기 위해 한국 정부가 노력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25일 “미국 정부가 비핵화 이전에 ‘평화가 왔다’고 선언하는 데 동의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강조한 뒤 “하지만 (한국 정부가 구상하는) 평화협상 시작 선언이라면 북핵 문제가 일정하게 계속 진전되는 것을 전제로 내년 중에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4개국 정상이 ‘평화협상 개시 선언’을 위해 모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런 내용의 공동성명을 내는 형태는 상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싱크탱크 연구원도 “한국 정부가 뭔가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 가능한 것을 추진하고 싶은데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먼 장래에나 가능할 종전선언에 합의해 놓았기 때문에 청와대는 실현 가능해 보이는 평화협상 개시 선언을 종전선언과 동일한 개념인 것처럼 연결시키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는 “평화체제는 평화협정, 관계정상화 등이 핵심 구성요소가 돼 이뤄지며 종전선언과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한몸”이라며 “종전선언은 일종의 세리머니로 평화협정을 맺을 때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부시 행정부는 동북아 안보질서 전반에 대한 그림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평화협정 서명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한국이 가급적 6자회담 프로세스에 집중해 주길 바라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 정부가 정상급의 종전선언 대신 장관급의 ‘평화협상 개시 선언’이라도 함께하자고 강력히 요청할 경우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