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찾아오는 공포, 가위눌림/데이비드 J 허포드 지음·정준형 옮김/384쪽·1만8000원·에코리브르
“깨어 있는 상태에서 실제 환경을 의식하는 가운데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공포감을 느낀다.” ‘가위눌림’은 독특한 현상이다. 많은 이가 체험하고 존재를 인정한다. 그러나 공식화하진 않는다. 그저 종교나 미신과 결합된 초자연적 현상, 또는 육체적 심리적 변이로 치부한다.
저자는 가위눌림을 뜻하는 여러 용어 가운데 ‘올드 해그(old hag)’에 주목한다. 늙은 마녀. 가위 눌림 속에 전통과 문화적 함의가 담겼음을 포착한다. 착각이냐 현실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과학이란 이름 아래 단순한 망상으로 취급되던 가위눌림. 그 편견과 허상을 벗기고 임상학적으로 파고든 저자의 집념이 녹아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