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제공 맑은가람
◇노란 샌들 한 짝/캐런 린 윌리엄스, 카드라 모하메드 글·둑 체이카 그림·이현정 옮김/32쪽·9000원·맑은가람(7세∼초등 2학년)
옛 소련과의 전쟁과 내전으로 유랑해야 했던 아프가니스탄 난민들. 이 동화는 아프간 난민촌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아프간 난민촌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저자 카드라 모하메드의 체험이 바탕이 됐다.
구호 트럭에 몰려든 사람들 틈에서 파란 꽃이 달린 노란 샌들 한 짝을 찾아낸 리나. 그런데 나머지 한 짝은 어디 있는 걸까. 주변을 둘러보니 한 여자아이가 나머지 한 짝을 신고 있는 게 보인다. 리나는 “앗살람 알라이쿰!(당신에게 평화가 함께하길 빈다)”이라고 인사하지만, 그 애는 휙 돌아서더니 사라져 버렸다. 다음 날 아침 빨래를 하러 냇가에 갔는데, 그 여자아이가 서 있다. “우리 할머니가 그러는데 한 짝만 신는 건 바보 같대.” 한 짝을 마저 달라는 게 아니라 한 짝을 살그머니 내려놓는 아이 페로자. 구호 트럭이 오면 서로 좋은 옷을 갖겠다고 밀치고 난리인 난민촌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마음 따뜻한 풍경도 있다.
발은 넷, 샌들은 둘. 그래서 둘은 사이좋게 오늘은 페로자가, 내일은 리나가 신기로 한다.
난민촌 사람들의 삶은 피폐하다. 전쟁통에 리나는 언니와 아버지를 잃었고, 페로자는 할머니밖에 안 남았다. 리나가 신발을 신어 본 건 2년 만이다.
작가는 한없이 어둡고 슬플 법한 이야기를 차분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전한다. ‘그때 리나는 남동생 라지브를 안고 걸었어. 라지브는 작은 물동이만 한 아기였지만 무겁기가 물동이 못지않았대’ 같은 부분에서는 여덟 살 소녀가 아기 동생을 안고 피란 가는 모습이 절로 그려져 마음이 아프면서도 문장의 유머에 웃음이 나온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절박한 난민촌이지만 작가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피어나는 소녀들의 우정을 다감하게 그린다. 학교가 작아 여자아이들은 공부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두 소녀는 창문 너머로 교실을 들여다보면서 이름을 적어 본다. 달을 쳐다보며 소곤소곤 옛날 얘기를 하고, 소원을 말하기도 하는 소녀들의 모습은 다른 곳에 사는 또래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미국 입국 허가를 받아서 떠나게 된 리나 가족. 서로 샌들을 가지라고 권하다가 사이좋게 한 짝씩 나눠 갖고는, 언젠가 꼭 다시 만나자고 다짐하는 마지막 장면에선 뭉클해진다.
아프간뿐 아니다. 세계에는 전쟁이나 기아, 박해를 피해 고국을 떠나야 하는 난민이 2000만 명이 넘는다. ‘노란 샌들 한 짝’은 다른 세계, 다른 환경에 처한 또래 아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도록 이끌면서 어린이 독자들의 독서 지평을 넓힌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