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신(神).’
SK 김성근 감독은 LG를 맡았던 2002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지친 선수들을 이끌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절대 열세라는 평가 속에서도 2, 5차전을 따내 2승 3패를 만들었다.
당시 삼성 김응룡(현 삼성라이온즈 사장) 감독은 거의 질 뻔했던 6차전을 이승엽과 마해영의 연속 타자 홈런으로 이긴 뒤 “마치 야구의 신과 싸우는 것 같았다”고 패장 김성근 감독을 극찬했다.
23일 2차전 후 김 감독은 “모든 게 내 잘못이다. 선수 기용에 실패했고 투수 교체 타이밍도 놓쳤다”며 패배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렸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김 감독은 5년 전과는 달리 선수들을 믿고 지켜봤다. 27일 3차전부터는 정규 시즌 때 벤치를 지키는 날이 많았던 베테랑 김재현과 박재홍을 3번과 5번으로 중용하며 믿음을 보냈다. 이들은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김 감독의 기대에 보답했다. 2차전까지 8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던 정근우도 계속 톱타자로 기용했다.
SK는 1∼3차전에서 번트를 딱 한 번 댔다. 4차전에서는 비록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번트 동작을 했다가 타격을 하는 버스터 작전을 초반에 두 번이나 시도해 두산 내야진을 흔들었다. 두산은 리오스가 사흘 휴식 후 나오는 3선발 로테이션을 한 반면 SK는 신인 김광현을 4차전에 내는 4선발 로테이션을 펼쳤다.
김 감독은 1∼4차전을 거치며 새로운 진화를 하고 있다. 작전과 믿음이 어우러진 진화다. 역시 야구의 신이란 칭호는 괜한 것이 아니었다.
이제 그는 ‘확률 0%’의 2연패 뒤 역전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