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1400명, 1994년 270명, 1998년 118명, 2006년 364명.
이슬람 신자가 평생 한 번은 해야 한다는 메카 순례인 ‘하지’에서 해마다 압사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의 수다.
되풀이되는 하지 기간의 압사사고를 줄이기 위해 독일의 패닉(panic·심리적 공황상태) 전문가들이 나섰다고 슈피겔 인터넷판이 25일 보도했다.
독일 드레스덴기술대 박사과정에 있는 안더스 요한손 씨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초청으로 올 1월 12일 메카를 방문했다.
논문 주제로 택한 ‘순례자의 동선(動線)’을 연구하기 위해 비디오로 순례객의 흐름을 찍어 드레스덴으로 돌아왔다. 메카 성지에는 이슬람 신자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다. 물론 요한손 씨는 이슬람 신자였다.
요한손 씨는 지도교수인 디르크 헬빙 교수에게 조언을 구했다. 축구장에서 관람객의 동선과 압사사고를 연구한 헬빙 교수는 흥미를 느끼고 아헨대의 동선 설계자, 드레스덴기술대의 물류 전문가 등으로 연구팀을 구성했다.
요한손 씨는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어 단위 면적당 순례자의 수를 계산한 결과 1m²에 10명이 들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꽉 찼을 때 보통 1m²에 3, 4명이 들어간다. 상상을 초월하는 혼잡이다.
연구팀은 패닉의 시작을 알리는 초기 징후를 발견하기 위해 비디오를 분석했다. 비디오를 10번 틀어 본 후에 압사사고가 일어나기 20분쯤 전 불규칙적인 흐름이 군중 속에서 처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동선 설계자인 디르크 세르빌 박사와 라이버 볼머 박사는 2005년 쾰른 세계가톨릭청년대회를 조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결책은 일방통행밖에 없다고 제안했다. 미나 계곡에 돌을 던지러 가는 사람은 초록색 길을, 돌아오는 사람은 붉은색 길을 이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물류 전문가인 크누트 하세 박사는 순례객을 100명씩 3만 그룹으로 나눠 투석 시간을 할당하자는 구상도 내놨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과학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 한 가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 순례자들이 하지 때 죽으면 천국으로 간다고 생각한다는 것. 그런 순례자들이 과연 사우디 정부 측의 통제를 따라 줄 것인가. 다음 하지는 12월 28일 시작된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