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理知논술/교과서 통계 제대로 읽기]‘성범죄자 전자팔찌’

입력 | 2007-10-29 03:01:00


성폭력이란 ‘성(性)을 매개로 가해지는 신체적·언어적·심리적 폭력’으로,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런 성폭력 범죄는 지난해에만 1만5326건 일어났다. 하루 42명이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꼴이다( 참조). 그러나 성폭력은 친고죄(범죄 피해자가 고소고발해야만 공소할 수 있는 범죄)이기 때문에 실제 범죄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성폭력 여성 피해자를 연령별로 분류한 를 살펴보면 16∼30세 여성이 가장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13세 미만의 아동을 상대로 한 성폭행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은 우리에 또 다른 충격을 던져 준다. 19세 이하의 소년 성범죄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14세 미만의 아동 성범죄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경악할 노릇이다. 이런 현상은 인터넷을 통해 포르노 등을 접한 학생들이 성에 관한 잘못된 의식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성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성폭력 범죄가 증가하고 더욱 흉악해지는 현실에서 제시할 수 있는 예방책은 무엇일까? 아동 및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의 경우, 친고제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국가의 능동적인 개입으로 범죄를 줄이려는 의도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가장 핵심적인 정책은 ‘전자 팔찌(성폭력 범죄자의 위치와 신체변화 등 이상 징후를 감지했을 때 경찰에 자동 통보하도록 만든 팔찌)’를 착용하는 것이다. 성폭력 전과자에 의한 재범률이 높기 때문( 참조)에 이들에 대한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인권단체는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전자 팔찌를 차게 하는 것은 사실상 ‘이중처벌’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개인의 모든 행적을 감시하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재범의 위험성은 기본적으로 측정이 불가능하고, 성범죄의 재범률이 다른 범죄의 재범률보다 높은 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법무연수원에서 발간한 ‘범죄백서 2006’에 따르면( 참조), 2005년 체포된 강력 범죄자 중 전과 횟수가 많은 사람이 높은 비율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일견 ‘전자 팔찌 찬성론’의 손을 들어 주는 자료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통계 자료는 양날을 가진 칼이다. 방화의 재범률이 매우 높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4번 이상 같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비율에서 방화 범죄자가 성폭력 범죄자를 앞선다면 이들에게도 전자 팔찌를 채워야 하는가? 그리고 동일 범죄 재범자에게만 전자 팔찌를 채우는 까닭은 무엇인가? 모든 전과자에게 예방 차원에서 전자 팔찌를 채워야 하지 않겠는가? 이는 명백한 인권침해다.

이런 반론에 대해 찬성론자들은 상습적 성폭력 범죄자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는 공익적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맞받아친다. 그러나 공익적 차원에서 오히려 전자 팔찌의 도입을 막아야 한다.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를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기 때문이다. 결코 성폭력의 심각성을 모르기 때문에 전자 팔찌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권을 침해하는 길은 한번 열리면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윤상철 경희여고 철학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