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소망은 약 안 먹고 잘 자는 것이다.
특히 그 ‘독한’ 수면제 좀 그만 먹었으면 한다. 수면제를 계속 먹으면 중독이 되고 치매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최근 수면의학계에서는 수면제 사용에 대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수면제 사용을 반대하는 학자들은 불면증은 수면제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수면제 복용으로 인지기능이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인이 복용하면 근육이 늘어져 낙상할 위험이 높다는 주장도 나왔다.
찬성하는 학자들은 수면제는 생각만큼 의존성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용량을 늘려가며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최근에 나온 수면제는 몸에 오랫동안 남아 있거나 근육을 이완시키는 부작용이 거의 없어서 장기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수면제에 대해 좋지 못한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은 1950년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 때문이다. 초창기에 이 약물을 복용한 사람은 “약 기운이 몸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다음 날 낮까지 머리가 맑지 않고 의존성이 강해 쉽게 중단하기도 힘들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요즘 나오는 수면제에는 약효가 단기간 작용하기 때문에 인지기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수면제와는 달리 수면관련 호르몬인 멜라토닌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물이 개발됐다. 곧 국내에 도입될 예정인 이 약물은 다른 수면제와는 달리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지 않을 정도로 부작용이 적다.
또 처음 잠드는 것이 힘든 사람한테 잘 맞는 수면제, 잠은 잘 들지만 자다가 중간에 자주 깨는 사람에게 잘 맞는 수면제 등 개인의 수면장애 특성에 맞는 수면제를 잘 골라서 사용하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수면제를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두려워하고 피해야만 할 약품도 아니다.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의학적 도구이다.
3주 이상 불면증이 지속되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를 포함하는 종합적인 치료의 일부로 수면제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홍범 을지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국제수면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