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3년차인 주성윤(29) 씨는 요즘 눈 뜨는 게 두렵다고 한다. 오전 6시 반이면 눈이 떠지지만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이 힘들다. 출근한 이후부터는 몸이 아프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지며 머리가 아프다. 신체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이다. 그러나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고 밥을 먹어도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 머릿속이 복잡해 잠자리에 들어도 1시간 이상 뒤척거리기 일쑤다. 초조해진 주 씨는 “이러다 우울증 걸리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스트레스 클리닉을 찾았다. 그는 병원에서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됐다. 요즘 정신의학계에서는 ‘마음의 힘’을 키우는 논의가 활발하다. ‘체력’만큼 ‘마음력’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감기를 이기려면 기초 체력을 길러야 하듯이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떨쳐버리려면 마음의 힘을 기르는 방법을 배우면 좋다.》
○가을이면 우울증도 늘어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땀이 나며 호흡이 가빠진다. 동공도 확장된다. 교감신경이 자극받기 때문이다. 근육이 긴장해 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잠들기가 힘들어지면서 뒤척거리는 시간도 길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스트레스에 적응하면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강도 높은 스트레스가 계속되거나 적응에 실패하면 자포자기하게 되고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한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들은 날씨가 쌀쌀해지고 일조량도 적은 가을에 우울증에 노출되기 쉽다. 우울증에 걸리면 늘 피곤하고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는 생각이 든다. 입맛이 없거나 폭식하게 되면서 뚱뚱한 사람은 더 뚱뚱해지고 마른 사람은 더 마른다. 마음뿐 아니라 몸에도 빨간불이 켜지는 것이다.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 사람마다 달라
동일한 강도의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어떤 사람은 잘 이겨내는 데 비해 어떤 사람은 버거워한다.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마치 소주 한 병을 마셔도 괜찮은 사람이 있는 반면 1, 2잔만 마셔도 힘든 사람이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스트레스센터 소장은 “운동으로 건강한 신체를 만들 듯 마음을 훈련시켜 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마음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자신 마음속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어떤 이는 맛있는 것을 먹을 때 가장 행복해하지만 어떤 이는 다른 사람에게서 인정받거나 사랑받을 때 가장 행복해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든 상황에 부닥쳤을 때 이를 조절하는 제1단계는 가장 빨리 힘을 얻을 수 있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한 가지 생각에 집착하고 다른 생각으로 옮겨가지 못한다. 과거의 일을 되씹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다른 사람을 탓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스트레스는 더욱 커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한 가지 생각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때는 등산이나 산책을 하며 바깥 공기를 쐬면서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는 생각에 대해 “내가 왜 거기에 연연하고 있지”하면서 반문을 던져 본다. 실수를 통해 뭔가를 배웠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스트레스 지속될 땐 전문클리닉서 상담
도인(道人)이 아닌 이상 마음 다스리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왼손은 가슴에, 오른손은 배에 얹고 배를 움직이며 숨을 쉬는 복식호흡을 하면 정신 집중이 쉬워진다. 매일 2회 10분 이상 꾸준히 연습하면 효과가 있다.
인공색소, 감미료, 트랜스지방이 많이 든 음식은 피한다. 오메가3지방산이 함유된 고등어 정어리 참치 같은 등 푸른 생선과 견과류, 채소 등을 먹으면 뇌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마음 다스리기가 수월해진다.
대부분은 스트레스가 쌓였다고 하더라도 운동을 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어느 정도 적응력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2주 정도 지나도 계속 힘들고 사람을 피하게 되는 등 일상생활에 장애가 생기면 스트레스 클리닉을 한 번 찾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 클리닉에서는 ‘바이오피드백’ ‘뉴로피드백’ 등의 기계를 이용해 머리와 몸을 편안한 상태로 만드는 치료를 한다.
바이오피드백은 신체에, 뉴로피드백은 머리에 감지기를 붙이고 근육 긴장도, 혈압, 심박동수, 뇌파 등에 따라 달라지는 생리 신호를 환자가 컴퓨터 화면을 통해 직접 관찰하는 것이다. 변화하는 신호를 보면서 자신의 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게 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표정을 연구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도움말=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겸 스트레스센터 소장, 서호석 포천중문의대 강남차병원 정신과 교수)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