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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공공의 꽃’으로 거듭난다

입력 | 2007-10-29 03:08:00


《길을 걷거나 대형 건물에 들어설 때 또는 아파트 단지에 들어설 때 우리는 미술을 만난다. 바로 공공 미술이다. 조형물 조각인 경우가 많아 공공 조형물, 환경 조각이라 부르기도 한다. 국내의 공공 미술은 일부를 제외하면 대체로 창의성과 예술성이 떨어진다. 건물이나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거나 형태도 비슷비슷하다. 원이나 반원 혹은 호(弧)를 모티브로 삼은 조각, 어깨동무하고 있는 가족을 형상화한 조각물이 상당수다. 다른 작품들을 모방한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공공 미술품 제작은 연면적 1만 m²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 건축비의 0.1∼1% 내에서 미술품(주로 조각 조형물)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공공 미술 제도에 따른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작가 선정 과정에서 브로커와 일부 화랑의 개입으로 인한 과도한 중개료와 리베이트 문제, 작가들의 창의성 부족 때문에 상투적인 조형물이 양산되는 상황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이에 대한 반성과 개선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경기 안양시는 11월 18일까지 시내 일원에서 국내외 작가 46명의 공공 조형물을 거리 곳곳에 전시하는 제2회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이 중 37점은 영구 설치할 계획이다.

특히 일본의 아요이 구사마가 꽃과 동물의 평화로운 모습을 화려하게 표현한 ‘헬로, 안양 위드 러브(Hello, Anyang With Love)’(평화공원에 설치), 스위스 실비 프뢰리의 스테인리스강 작품 비행접시(안양시청 앞) 등은 참신한 발상과 화사한 색상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피라미드 광장에선 11월 10일까지 제1회 서울 환경조각 페스티벌이 열린다. 서울화랑협회가 선정한 작가 22명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 작품은 경쾌하고 참신하다. 유리 철강 중심의 현대 건축물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스테인리스강, 알루미늄 재질을 선택했고 다양한 원색도 넣었다. 이종국 씨의 ‘가족’은 그동안 흔히 보아 온 가족상과 다르다. 스테인리스강을 이용해서 작품 표면에 사물이나 사람의 모습이 비치고 그것이 조형물의 굴곡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태양의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인다. 마치 하나의 추상화처럼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이길래 씨의 ‘응집-열매’는 채색 스테인리스강을 이용해 다양한 크기의 과일을 형상화한 것이다. 단순한 듯하면서도 표면을 장식하는 수많은 점과 원이 과일 표면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물론 이번 전시작이 모두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씨는 “도시 공간에 생명을 부여하려면 작가들이 획일적 사고에서 탈피해 더욱 창의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축주의 변화도 감지된다. 내년 3월 문을 여는 서울 왕십리역 민자역사 비트플렉스는 역사 한가운데에 자리한 상징탑(높이 88m)의 정면 벽에 높이 80m, 폭 8m의 ‘아트 월(art wall)’을 설치할 계획이다. 벽면을 입체 또는 평면의 미술품으로 장식한 뒤 그 위를 유리로 덮어씌운다는 생각이다. 비트플렉스는 좀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해 화랑이나 중개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공모를 통해 작품을 선정하기로 했다. 이달 말까지 공모를 마친 뒤 11월 작품을 선정해 발표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공공 미술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 것인지,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