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방이중학교에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치르고 있는 응시생들. 전국 48개 고사장에서 일제히 치러진 이번 시험에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30, 40대 직장인은 물론 60, 70대 노년층도 상당수 참가했다. 원대연 기자
3회 한국사검정시험 전국서 2만4395명 도전
“꼭 어떤 목적 때문에 시험 보는 건 아니에요. 외국인 바이어를 만났을 때 우리 역사 정도는 술술 얘기하고 싶어 시작했습니다.”(롯데백화점 매입부 김동섭 계장)
제3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27일 오전 전국 48개 고사장에서 실시됐다.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유영렬)가 주최하고 동아일보사가 후원하는 이번 시험에 모두 2만4395명이 응시했다. 5월 27일에 실시한 2회(2만7738명) 때와 비슷한 수준.
1∼6급으로 나뉜 평가등급 가운데 고등학생 수준에 해당하는 3급 응시자가 31.1%(7549명)로 가장 많았다. 2급(대학생 수준)과 4급(중학생 수준)이 19.3%, 17.8%로 뒤를 이었다.
2회와 비교해 1, 2급 문제는 약간 쉬워진 반면 5, 6급은 까다로워졌다는 평. 국편 장득진 편사기획실장은 “지난 시험의 1, 2급 합격률은 20% 내외인 반면 5, 6급은 90% 가까이 돼 난이도를 조절했다”면서 “근현대사 비중을 높이고 전반적인 역사의 흐름을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문제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강원 춘천시 춘천중학교에서는 춘천소년원에서 나온 10명이 응시해 눈길을 끌었다. 최원훈 보호서기는 “공부를 하다 보니 학생들이 국사에 관심이 많은 걸 보고 놀랐다”며 “다음엔 학생은 물론 직원들도 더 많이 시험을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천 인명여고는 2회(387명)에 이어 이번 시험에도 157명이 단체로 참여했다. 황창국 교감은 “주요 사립대학이 국사 성적을 중요시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기적으로 응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 가족이 응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인병헌(48·은행원) 씨 가족은 어린 막내를 제외한 5명 모두 서울 수락중에서 시험을 치렀다. 인 씨와 큰아들 희준(고1)은 4급에, 부인과 둘째 희철(중1), 셋째 희승(초5)은 5급에 도전했다. 인 씨는 “함께 공부하다 보니 집이 도서관 분위기로 변했다”며 “요즘 동북공정 등으로 시끄러운데 가족이 함께 토론도 하며 역사의식을 높이는 기회였다”고 즐거워했다.
국편 측은 내년부터는 정기시험을 연 3회로 늘릴 계획이다. 국가공인 자격증을 주는 것도 검토 중이다. 시험문제는 초급(5, 6급), 중급(3, 4급), 고급(1, 2급) 등으로 나누고 점수에 따라 등급을 부여할 예정이다.
해외동포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해외시험도 생긴다. 12월 15일경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내년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 일본 오사카 등으로 확대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