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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늙었으되 록은 늙지 않았다

입력 | 2007-10-30 03:02:00


그들이 온다.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이글스(Eagles) 엑스 저팬(X-Japan)…. 각각 영국과 미국, 일본을 대표하는 록의 전설들이 돌아온다. 어느덧 아버지를 넘어 할아버지뻘이 된 이들의 평균 연령은 대략 60세(엑스 저팬 40세). 비록 활동한 시대와 국적은 달라도 록이라는 장르 아래 전설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세 그룹의 귀환은 록 마니아를 떠나 모든 음악 팬에게 반가운 일이다.

○ 이글스, 28년 만에 새 앨범 발매

비틀스에 이어 영국이 자랑하는 록그룹 레드 제플린. ‘스테어웨이 투 헤븐(Stairway to heaven)’ ‘록 앤드 롤(Rock & Roll)’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했지만 1980년 드러머 존 보넘의 죽음으로 갑작스럽게 해체를 선언했다.

이후 각자 음악 활동을 하던 이들은 11월 26일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자신들을 데뷔시킨 아메트 에르테귄을 위한 추모 공연을 연다. 이들의 히트곡이 담긴 베스트 앨범 ‘머더십(Mothership)’ 또한 11월 15일 발매된다.

이에 앞서 이글스는 30일 앨범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Long Road out of Eden)’을 낸다. 1979년 ‘더 롱 런(The long run)’ 이후 신곡만으로 이뤄진 새 앨범은 28년 만이다. 1970년 결성된 이들은 ‘테이크 잇 이지(Take it easy)’ ‘데스페라도(Desperado)’ ‘호텔 캘리포니아(Hotel California)’ 등을 통해 가장 미국적인 록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엑스 저팬 또한 화려하게 부활했다. 22일 도쿄 오다이바 아쿠아시티 옥상에서 신곡 ‘아이브이’ 비디오를 촬영하며 활동을 재개한 것. 1998년 요절한 히데를 제외한 요시키, 도시, 히스 등 원년 멤버들이 모두 뭉친 촬영장에는 1만 명의 팬이 운집했다.

○ 한물간 추억 상품? 록의 구세주 될까?

“1990년대를 전후해 록은 죽었다”는 말이 들려오는 상황에서 노장들의 잇따른 귀환은 일단 공연계와 음반계에 긍정적인 소식이다.

음악평론가 박은석 씨는 “이름값에 걸맞은 성공을 얻을지는 미지수지만 음악 팬들에게 하나의 사건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공에 대한 부담 없이 언제든 컴백할 수 있는 것도 바로 탄탄한 공연 인프라스트럭처가 있기 때문이다. 음악평론가 배순탁 씨는 “해외의 경우 거장에 대한 예우가 확실하고 가수와 함께 늙어 가는 팬들의 문화가 확실하게 자리 잡혀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업성을 노린 일회성 행사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레드 제플린이나 엑스 저팬은 존 보넘, 히데 등 원년 핵심 멤버가 세상을 떠난 상태에서 재결합이 이뤄져 과연 이들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새 앨범을 들고 온 이글스 또한 상업적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이뮤직 원용민 편집장은 “7080 콘서트에 몰리는 사람들은 그 가수의 신곡을 원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1970, 80년대 음악을 원하는 것”이라며 “예전 팬들의 향수를 노릴 것인지, 새로운 팬들을 끌어들일 것인지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귀환이 시들어 가는 록의 구세주가 되기보다 한때의 추억 상품으로 그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