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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최고수익 영화 ‘히어로’ 화려한 한반도 상륙작전

입력 | 2007-10-30 03:02:00

구리우 검사(기무라 다쿠야·오른쪽)와 아마미야 사무관(마쓰 다카코)이 사건의 단서를 찾으러 한국에 왔다가 부산 경찰에게 검거되는 장면. 사진 제공 올댓시네마


일찍이 이렇게 화려한 상륙을 시도한 일본영화는 없었다. 일본 제1의 청춘스타 기무라 다쿠야, 마쓰 다카코 주연, 역대 TV 시청률 1위작, 일본 개봉 수익 신기록(340억 원·개봉 10일 기준), 일본 역대 최다인 475개관에서 개봉, 거기에 한류스타 이병헌 출연까지….

○ “그건 기무라 다쿠야니까…”

일본에서 ‘기무라 다쿠야’라는 이름이 갖는 힘은 어마어마하다. 역대 TV 드라마 시청률 톱10 중 1, 2위를 비롯해 7개 작품이 그의 출연작이다. 일본 패션지 ‘앙앙’에서 뽑은 ‘좋아하는 남자’에 13년 연속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건 기무라 다쿠야니까…(기무라 다쿠야가 대단한 센세이션을 몰고 왔을 때)”라는 유행어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히어로’는 그중에서도 ‘넘버1’이라 할 만한 대표작. 독특한 개성을 지닌 도쿄 조사이 지부 수사관 9명의 수사 과정을 다룬 이 드라마는 2001년 후지 TV 방영 당시 역대 시청률 1위(34.3%)를 차지했고 이후 팬들의 요청으로 이례적으로 제작 방영된 ‘히어로 스페셜’(2006년)도 30.9%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 할리우드 ‘히어로’와 다른 일본 ‘히어로’

주인공 구리우 고헤이(기무라 다쿠야)는 중졸 검정고시 출신으로 항상 펑퍼짐한 주황색 잠바에 청바지를 입고 다니며 현장 수사를 중시하는 검사. 이름에서 풍겨 나오듯 (고헤이는 ‘공평’이란 뜻) 조직 내 권력관계라든지 사건의 경중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이 맡은 소소한 사건에 최선을 다하는 인물.

할리우드 영웅처럼 ‘가족’ ‘민주주의’ ‘비리 정치 척결’과 같은 대의명분이나 진지함은 없다. TV 홈쇼핑 마니아이고 소녀마법사가 나오는 TV 만화에 열광하는 오타쿠적 기질이 다분하다. 자신도 검사를 왜 하는지 명확한 답이 없다. 그저 “사건에서 가장 억울한 사람은 피해자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정도다.

개봉하는 극장판 ‘히어로’에서도 거물 정치인이 연관된 사건을 맡게 되자 특수부를 비롯해 곳곳에서 개입하지만, 구리우 검사는 “이건 상해치사 사건일 뿐”이라며 일반 사건처럼 수사를 진행해 나간다. 스즈키 마사유키 감독은 “정말로 사소하고 작은 일을 끈기 있게 밀고 나가며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것이 ‘히어로’에 나오는 ‘히어로’적 느낌”이라고 말했다.


영화 ‘히어로’ 예고편

○ 이래도 안 뜨나요?

“우리는 김치를 매우 사랑해요.”

바다 건너 한국에서의 수사 과정에서 한국인들에게 호감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마쓰 다카코의 어눌한 한국어 대사는 무척 인상적이다. 그 외에도 기무라 다쿠야가 수사는 본체만체하고 ‘청국장’에 몰입하는 장면, 부산 시장에서 벌어지는 추격신, 한국 검사로 등장하는 이병헌과 기무라 다쿠야의 만남 등은 가히 한국팬들을 위한 스페셜 패키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 게다가 이병헌이 툭 내뱉는 한마디는 이 작품 결말의 중요 장치로 재등장한다.

최근 오다기리 조, 다마키 히로시 등 톱스타들이 잇따라 내한한 데서도 알 수 있듯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일본 영화계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2000년 한국에서 개봉한 ‘춤추는 대수사선’을 시작으로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년), ‘태양의 노래’(2007년)의 실패 사례처럼 영화화된 ‘일드(일본드라마)’가 한국 스크린에서 힘을 발휘한 사례는 없다. 영화평론가 박유희 씨는 “한일의 정서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특히 국내용 ‘드라마’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경우 상대 국가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