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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재학]한반도 기후변화 정밀진단 할때

입력 | 2007-10-30 03:02:00


올해 발표된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보고서에는 기후변화와 그 원인, 향후 예측과 대비해야 할 일이 과학적인 근거하에 제시됐다. 이와 관련해 해외 언론매체들은 특집기사를 내보내는 등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화두가 됐다. 최근에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IPCC가 선정돼 지구온난화로 표현되는 기후변화가 이제 지구상의 핫 이슈임을 보여 줬다.

아쉽게도 국내의 반응은 더디었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다가 여름이 지나서야 갑자기 여기저기서 기후변화 관련 포럼과 워크숍이 열리는 등 다급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우선 연구와 정책 방향에 우려할 만한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이는 기후변화를 대하는 첫 번째 불균형이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연구를 진단, 예측, 적응, 대응 등으로 구분한다면 국내에서 진행되는 노력은 지나치게 대응에 치중되어 있는 듯하다. 국제협약과 탄소거래권 같은 경제에 미치는 부분이 더 중요해서일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진단에서부터 적응은 소홀히 해도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 잘못된 것이다.

앞으로 부닥치게 될 환경 변화의 예측은 현재의 변화 경향에 대한 정량적 진단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기후변화의 진단에는 고기후, 관측, 모델링 등 다양한 기초 연구 결과가 동시에 필요하다. 어느 한 가지 방법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한반도와 주변 해양에 대한 기후변화의 진단을 소홀히 할 경우 외국 연구 결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외국 학자들이 우리나라 주변에 대한 진단을 정밀하게 해 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선진국들이 내세우는 기후변화 협약 대응에 대한 논리나 기후변화에 따른 일거리 창출에는 자국의 기후변화 자체에 대한 연구 결과라는 든든한 뒷받침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두 번째 불균형은 해양 기후 변화에 대한 연구와 대응이 매우 미흡하다는 점이다. 이는 수온과 해수면의 상승을 기후 변화의 결과로만 보는 데 기인한다. 바다는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물, 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용량이 대기보다 월등히 크다. 또 순환과 대기와 교환을 통해 이들을 지구상에 재분배해 기후변화의 폭과 속도의 완급을 결정한다. 즉 바다는 기후변화의 조절자요 몸통이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대충 이해만 해도 되는 상식쯤으로 끝낼 사항이 아니다. 기후변화 본질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슈퍼 태풍, 습해지는 대기, 아열대 기후대 확장, 연안 침수, 줄어드는 빙하, 가라앉는 섬 등 모두가 바다 없이는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것들이다.

기후변화 관련 연구와 정책 개발은 중간 진입이나 집중과 선택이라는 방법론과는 맞지 않는 특성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해양변화의 예측 없이 육상 기후변화 예측의 높은 신뢰도는 기대하기 어렵다. 또 정확성 높은 기후변화 시나리오의 뒷받침 없이는 아무리 좋은 적응과 대응책도 최선의 방법이라는 보장을 받을 수 없다.

기후변화 연구자들이 정책 결정자들에게 우려하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정책 결정을 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소극적이었던 정부도 기후변화 정책을 최우선 의제로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밝혀 국가적 대처에 가속이 붙은 것 같아 다행이다. 향후 정책 추진과정에서는 앞의 두 가지 불균형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재학 한국해양연구원 해양환경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