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50플러스]노인 일자리 만들기 아이디어 만발

입력 | 2007-10-30 03:02:00


《“서울의 한 치매노인단기보호소에서 3년간 자원봉사를 하면서 옴이 발생해 수용자들은 물론 저도 옴이 옮아 큰 고생을 한 경험에 착안했습니다. 보건당국이 옴과 일반 해충에 차이를 두지 않아 제대로 구제가 되지 않고 옴 발생 사실을 쉬쉬하는데 노인 인력을 방역사업에 활용하면 아주 효율적일 것입니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3학년 김용현(25) 씨는 최근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공모한 ‘2007년 노인일자리 창출 아이디어 공모’에서 노인으로 구성된 ‘사회복지시설 진드기 방역사업단’으로 29일 최우수상인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았다.

김 씨는 “방역 장비 구입비와 약제비는 상대적으로 저렴해 사업단 설립에 큰 부담이 없다”며 “은퇴 후 마땅한 일거리가 없는 노인들을 활용해 각 지방자치단체나 사회복지 시설 등에서 일감을 제공하면 훌륭한 노인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아이디어는 사회복지 시설은 물론 일반 가정에도 저렴한 비용으로 방역 서비스를 할 수 있어 사업성이 있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톡톡 튀는 노인 일자리 아이디어=노인 일자리 창출 현상 공모는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내 노인 취업의 높은 벽을 뛰어넘어 보자는 취지로 2004년부터 해마다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253편의 아이디어가 접수됐으며 이 중 최우수상 1편, 우수상 2편, 장려상 5편이 선정됐다. 김 씨의 제안 외에도 노인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톡톡 튀는 사업 아이디어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현승(37·사업·경기 부천시) 씨가 낸 ‘전철역사 자전거보관 및 대여사업’은 시민의 자전거 이용을 촉진하면서 차량 이용을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로 평가됐다.

많은 사람이 전철이나 버스정류소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어도 자전거 도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꺼리고 있다.

이 씨는 “지자체가 전철역에 자전거 보관소를 마련해 보관해 주고 하루 1000원 정도를 받는다면 자전거 이용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보관료 수입만으로도 관리가 가능하고 노인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아원 0교시 교사 파견사업’도 눈길을 끌었다.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일하는 전미현(경남 마산시) 씨는 여성 실업의 주된 요인인 육아 문제와 노인 일자리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자녀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등원하는 시간이 대부분 오전 9시인 반면 직장의 출근시간은 오전 8∼9시여서 자녀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여성들이 취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고학력의 노인을 단기간 훈련시켜 유치원 교사가 출근하기 전의 0교시 교사로 활용한다면 맞벌이 부부도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고 노인들도 수입을 올릴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것.

전 씨는 “노인 교사들의 수입을 유아들의 부모와 정부가 반반씩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정부는 적은 예산으로 사회적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성공한 노인사업=노인 시험감독관, 노인 주유원, 아파트 단지 내 택배사업 등은 아이디어에서 사업으로 연결돼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노인 시험감독관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행하는 각종 기능사시험 등에 들어가는 시험감독관 2명 중 부감독관을 노인 일자리로 활용하자는 것.

우리나라에는 매년 1000만 명 정도가 각종 시험에 응시하는데 각 고사장의 부감독관을 유관 직종 출신의 노인 중에서 활용하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올해의 경우 10월까지 시험감독관으로 파견된 노인은 연인원 28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시간당 1만 원 안팎의 수고비를 받았다.

노인 주유원은 정유 4사와 협의해 주유소들이 노인을 채용토록 하는 제도. 현재 2700명이 일하고 있으며 월 7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아파트 택배사업은 지난해 공모됐던 아이디어로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 노인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0월 11일 현대택배, 대한통운, 동부익스프레스, CJ GLS 등 국내 4개 택배회사와 협약식을 하고 22일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갔다.

택배회사들이 아파트 가구별로 일일이 배송물을 전달할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거점을 정해 단체 배송을 하고 가구별 배송은 노인들에게 하청을 주자는 것. 노인에게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택배회사도 처리 물량을 늘릴 수 있어 서로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택배시장 증가로 매년 배송물량이 20%씩 늘어 올해 8억5000만 개의 물량이 예상되지만 배송 인력은 크게 부족하다.

강성추 노인인력개발원 팀장은 “노인이 하루 4∼5시간씩 한 달에 20일 일할 경우 40만∼50만 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인력개발원은 올해 중 수도권 50개 거점에서 노인택배사업을 시작해 200여 명의 노인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2009년까지 전국의 500가구 이상의 아파트 단지 5000여 곳으로 확대해 1만5000명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변재관 노인인력개발원장은 “고령화 사회를 맞아 일을 할 의사가 있는 건강한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아이디어만 좋으면 얼마든지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02-6203-6901, www.kordi.or.kr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