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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피랍 선원들 사막서 고통의 나날

입력 | 2007-10-30 03:02:00

소말리아 피랍 선원 가족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한나라당 부산 지역 의원들에게 피랍자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노력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국 새우잡이 어선 마부노 1, 2호의 선원들(한국인 4명, 외국인 20명)이 소말리아 연안 해역에서 무장 해적들에게 납치된 지 30일로 169일째가 됐다.

피랍 선원들은 반년 가까이 해적들의 위협과 굶주림에 시달리며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부노호 선주 안현수(50) 씨가 현재 두바이에 머물면서 해적과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납치된 선원 가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마부노호 한석호(40) 선장의 부인 김정심(48·부산 금정구 서동) 씨는 이날 “20일 남편이 해적들로부터 건네받은 휴대전화로 마지막 통화를 한 뒤 아직 남편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면서 “선주의 말에 따르면 피랍 선원들이 빵 하나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며 울먹였다.

김 씨는 이어 “남편과 선원들이 억류된 지 반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자세한 협상 소식조차 듣지 못하고 있다”며 “가족들은 석방의 날만 기다리며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피랍 선원들은 21일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내륙의 사막 마을인 ‘자니’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선주 안 씨는 “지도에서 찾아볼 수 없고 현지 통역인도 들어본 적이 없는 지명인 것으로 미뤄 볼 때 군소 부락인 것 같다”며 “27일 해적과의 석방 협상을 위해 케냐에서 두바이로 이동했다”고 선원 가족들에게 전했다.

안 씨는 “해적들이 로켓포를 쏘아 대는 등 위력을 과시하면서 ‘돈을 더 많이 달라’며 선원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부산시장 접견실에서는 마부노호 피랍 선원 가족들과 허남식 부산시장, 국가정보원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허 시장과 국정원 관계자는 “협상이 잘돼 가고 있다”며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산에서는 부산기독교총연합회, 동서대, 전국해상산업노조연맹 등이 주축이 돼 피랍 선원 석방을 위한 모금운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1차분 모금액을 협상 관련 기관에 성금으로 전달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