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중국발 인플레이션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저물가 기조를 흔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물가 급등이 수출품 단가 인상으로 이어져 교역 상대국들의 물가체계를 교란하는 것은 물론 세계 경제의 성장세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9일 ‘중국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국의 소비자 물가와 임금 상승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중국 수출품의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일본 미국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확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중국발 인플레이션이 전염돼 미국과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9월 들어 각각 전년 동월 대비 2.8%, 2.3% 올랐으며 유럽 지역의 물가도 상승세가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물가 상승이 고(高)유가와 과잉 유동성 등에 따른 기존의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높였다는 것이다.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8월(6.5%)에 이어 9월(6.2%)에도 전년 동월 대비 6% 이상 올라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제품의 수입 비중이 큰 한국은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9월 말 현재 한국의 대(對)중국 수입 규모는 약 453억 달러로 주요 교역국 가운데 1위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호에서 “글로벌 경제의 핵으로 도약하고 있는 중국의 차세대 수출품은 다름 아닌 인플레이션이 될 것”이라며 “중국발 인플레이션이 글로벌 경제의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타임은 “중국의 물가 상승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중국 특수를 누려온 한국의 수출 역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김주영 연구원은 “물가 안정을 위해 중국 정부가 금리 인상 등 강력한 긴축정책을 펴 중국 경제가 위축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은 둔화될 것”이라며 “한국의 수출이 전기 전자 등 일부 품목에 의존하고 있어 더 문제”라고 우려했다.
또 중국에 진출한 일부 한국 기업은 물가 상승에 따라 현지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정부는 집값 안정과 공공요금 인상 자제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최소화하고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등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