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3∼8일 영국 런던에서 한복 전시회 및 강연회를 여는 한복 디자이너 이리자 씨(오른쪽)와 딸 황의숙 교수가 전시회에서 선보일 ‘조각 한복’과 ‘매듭 한복’을 소개하고 있다.
영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모녀가 한 일은 짐 싸기였다. 28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이리자 한복’ 사무실에는 검은색 매듭으로 묶인 짐 꾸러미가 여러 개 놓여 있었다. 모녀가 짐 옆에 나란히 앉아 들떠 있는 모습이 마치 어린 자매 같았다.
“30년 동안 무대 뒤에서 어머니를 도와드렸는데 처음으로 같이 무대에 서게 되어 기뻐요. 모든 게 다 어머니 덕분이죠.”
“내 덕이라니. 교수님(딸)이 훌륭해서 자격을 얻은 거지.”
다음 달 3∼8일 영국 런던의 왕립예술학교(RCA)와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에서 한복 전시회 및 강연회를 여는 한복 디자이너 이리자(본명 이은임·72) 씨와 그의 딸 배화여대 전통의상학과 황의숙(50) 교수는 서로 ‘낯 뜨거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행사는 12월 초 주영 한국문화원 개관을 기념해 열리는 것으로 이 씨는 한복 50벌로 전시회를 열고, 황 교수는 한국의 전통혼례 복식에 대해 강의를 한다. 짐 안에 차곡차곡 쌓인 한복 50벌은 어떤 것들일까.
“‘이야기’가 있는 전시회를 할 거예요. 생로병사와 통과의례 복식,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복식 등 주제를 두었죠. 육영수 여사부터 권양숙 여사까지 대통령 부인들에게 디자인해 주었던 한복과 ‘대장금’ ‘황진이’ 등 드라마 속 의상도 준비했죠.”
영국인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한복도 있다. ‘모자이크’를 주제로 네모난 천을 이어 만든 ‘조각 한복’과 수십 개의 매듭을 이어 만든 ‘매듭 한복’ 등이다. 이 씨는 “한국적 색감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고 싶어 염색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1964년부터 한복 디자이너로 활동한 이 씨는 박술녀, 김정아, 김영희 등 후배 디자이너들을 길러냈으며 2002년 ‘자랑스러운 한국인상’과 ‘화관 문화 훈장’ 등을 수상했다. 2000년 위암에 걸려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으나 천 조각들을 이은 ‘코스모스’라는 작품을 만들며 병을 이겨내고 활동을 재개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