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변속기가 역사의 유물이 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수동변속기 차량의 판매비율이 10% 미만이고, 수동변속기 차량의 비율이 절반 정도인 유럽도 조금씩 자동변속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 30년쯤 뒤에는 수동변속기 차량을 몰고 다니는 사람은 고집 세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과거 자동변속기는 효율 면에서 수동변속기를 따라오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 만든 자동변속기가 나오면서 옛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BMW의 ‘SMG’와 폴크스바겐의 ‘DSG’가 대표적인 수동변속기 기반 자동변속기인데 동력전달성능이 수동변속기와 똑같고 컴퓨터가 최적의 변속시점을 맞춰 주기 때문에 연료소비효율이 오히려 수동변속기보다 높습니다.
독일 회사에서 시작된 수동변속기 기반의 자동변속기는 현재 미쓰비시자동차 등 일본 회사들도 생산해 내기 시작했고 앞으로 미국과 한국 등 주요 자동차 제조회사로 퍼져 나갈 것이 확실시됩니다.
이런 첨단기술 변속기들의 변속 속도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0.1초 안에 끝나 버립니다. 레이싱 드라이버도 불가능한 빠른 속도로 변속을 해 주고, 변속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엔진회전수(RPM)도 자유자재로 맞춰 줍니다.
또 운전자의 입맛에 따라 변속 타이밍도 여러 단계로 조절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고효율 자동변속기 앞에 수동변속기는 ‘싼 가격’과 ‘재미’라는 두 가지 이유 외에는 존재 가치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앞으로 전기자동차가 나오면 변속기의 개념 자체가 바뀌어서 사람이 손으로 변속하는 것이 오히려 시스템의 완결성을 망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동차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할 때 최상의 효율이 나오는데 괜히 사람이 조작을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죠.
자동차 운전을 즐기고 수동변속의 재미에 푹 빠진 기자 같은 자동차 마니아들은 어떻게 ‘답답한’ 카 라이프를 이어나가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습니다.
자동변속기를 수동변속기로 개조해 주는 시대착오적인 서비스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