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53) 국세청장이 현직 국세청장으로는 처음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다.
전 국세청장의 뇌물 수수 혐의를 수사 중인 부산지검 특별수사팀은 30일 전 국세청장을 이번 주 안에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전 국세청장은 다음 달 1일 오전에 소환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고심 속 결단=정동민 부산지검 2차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인 비리이긴 해도 현직 국세청장을 수사를 위해 소환하게 돼 착잡하다"고 말했다. 곤혹스럽고 조심스런 분위기가 역력했다.
무엇보다 국세청의 현직 수장(首長)을 수뢰 혐의로 수사하는 것 자체가 유례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검찰과 국세청 간 기관 갈등설도 불거졌다. 소환 시기를 놓고 부산지검 수사팀이 '속전속결'을 요구했지만 검찰 수뇌부는 신중한 대응을 주문하는 등 이견을 보인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정상명 검찰총장이 이날 전국 검찰에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사실이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입조심'을 지시한 것도 전 국세청장 소환을 앞두고 국세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전 국세청장이 현직 신분으로 소환 조사에 응하기로 한 것도 검찰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 국세청장의 소환 전에 거취를 정리하지 않고 정면 승부에 나선 만큼 검찰로서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정동민 차장은 "그 분(전 국세청장)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수사단서가 드러난 이상 원칙에 따른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하지만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해 전 국세청장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올 것이 왔다"=검찰의 소환 방침이 전해지자 국세청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전 국세청장이 수차례에 걸쳐 결백을 주장하며 동요하지 말 것을 지시했지만 개청(開廳) 이후 처음으로 현직 국세청장이 검찰 소환 통보를 받은 만큼 큰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특히 '6000만 원 상납설'이 일회성 인사 청탁이 아닌 국세청의 오랜 관행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직원들은 좌절감까지 토로하고 있다.
반면 전 국세청장은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간부들과 대책회의를 하는 등 의외로 담담하게 대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퇴설'까지 흘러나왔지만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적다는 게 국세청 고위 간부들의 전언이다.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도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가 먼저 사의 표명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원칙 아니냐. 원칙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휘계통 체계가 분명한 세정(稅政) 집행기관의 특성상 이번 사건으로 청장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경우 계속 현직을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 내부에서는 "'깨끗한 세정'을 강조하던 고위층에서 이런 비리가 있을 줄 몰랐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보이는 사례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부산=윤희각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