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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용희 국회부의장의 희한한 ‘국감장 흥정’

입력 | 2007-10-30 22:58:00


대통합민주신당 소속의 이용희 국회 부의장이 신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발생한 ‘대통령 명의 도용 사건’을 관대하게 처리해 달라고 그제 안영욱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다른 장소도 아닌 국정감사장에서다. 안 지검장이 “수사에 참작하겠다”고 하자 이 부의장은 강요하다시피 “참작 수준이 아니라 관대하게 처리해 달라”고 거듭 압박했다는 것이다.

선거인단 등록에 대통령 등 522명의 명의를 도용한 것은 대선 후보 선출이라는 중대한 선거의 표심(票心)을 왜곡하기 위해 민주주의 절차의 근간을 흔든 범죄에 해당한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후보의 적법성에 시비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사건의 수사 책임자에게 명색이 입법기관의 요인(要人)이 국감이라는 우월적 상황을 이용해 압력을 넣은 것이 가벼운 일인가.

이 부의장은 경선 때 정동영 후보를 돕기 위해 자신의 지역구에서 선거인단을 ‘버스떼기’로 실어 날랐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 부의장은 경선 과정에서나 국감장에서나 오직 자신과 관련이 있는 세력 또는 인물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법의 수호자’ 역할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으로 비친다.

그는 검찰에 ‘흐지부지 수사’를 청탁하면서 “대통령 아닌 그 이상의 사람 명의를 도용해도 투표를 안 하면 소용없는 것 아니냐”는 궤변까지 늘어놓았다고 한다. 도둑질하러 들어갔더라도 훔치기 전에 들켜 재물에 손을 못 댔으면 그만 아니냐는 식이다. 4선(選) 국회의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한심한 법의식(法意識)이다.

국감에서의 ‘봐주기 수사’ 청탁은 국기(國紀)마저 훼손한다는 점에서 ‘향응 국감’보다 훨씬 악질적이다. 검찰은 이 부의장의 압력에 흔들려선 안 된다.

신당은 지금 국정(國政)의 잘잘못을 따져야 할 국감을 온통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장(場)으로 이용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공격 요령까지 지도하고 있다. 신당이 국민을 무섭게 안다면 남의 의혹을 들추기에 앞서 자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잘못부터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