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는 집권할 경우 사회적 취약층에 대한 복지정책을 펴면서도 성장을 중시하는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는 현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를 계승하면서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하는 사회복지 정책을 펼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본보가 사회복지 및 경제 전공 교수 자문단 8명과 함께 두 후보의 사회복지 분야 공약과 발언을 분석해 집권 후 어떤 복지정책을 펼 것인지 예측한 결과다. 평가는 자문단이 7개 항목에 답한 내용을 각각 1∼5의 지수로 계량화했다. 자문단은 복지 관련 정책 강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매우 그렇지 않다’(지수 1), ‘그렇지 않다’(2), ‘보통이다’(3), ‘그렇다’(4), ‘매우 그렇다’(5) 중 하나를 선택했다. 그 결과 이 후보의 전체 평균지수는 2.7로, 정 후보는 4.1로 평가됐다.》
○ 두 후보, 복지 예산 비중 놓고 이견 커
우선 전체 예산 중 복지 예산의 비중을 늘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 후보(4.5)가 이 후보(3.1)보다 적극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2008년도 예산안 중 복지 예산은 67조5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6조1000억 원 늘어나 전체 예산(257조3000억 원)의 26.2%를 차지하고 있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는 “두 후보는 예산 운용 우선순위에 대한 시각차가 있다”며 “정 후보는 이 후보에 비해 복지, 약자 배려를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진권 아주대 교수는 “성장을 강조하는 이 후보는 복지 지출에 대한 속도를 줄일 것으로 보이지만, 정 후보는 각종 공약이 ‘양극화 해소’라는 현 정부의 슬로건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복지 지출 증대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개발(R&D) 사회간접자본(SOC) 등 성장 관련 예산의 비중을 현 정부 수준대로 유지 또는 축소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 후보가 2.4, 정 후보가 3.8이었다.
예종석 한양대 교수는 “이 후보는 강력한 투자 활성화 정책으로 성장 쪽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이는 반면에 정 후보는 이른바 ‘20 대 80’ 구도 해소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복지 예산과 관련된 정부 재정건전성은 정 후보(4.4)가 집권하면 이 후보(3.0)가 집권할 경우보다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됐다.
나랏빚인 국가채무는 현 정부 들어 급증했는데 올해 말 처음으로 300조 원을 넘어 302조 원(국내총생산·GDP의 33.4%)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김경환 교수는 “이 후보는 감세(減稅) 등을 통한 예산 절감을 주장하는 반면, 정 후보는 복지 예산의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높아 재정 적자 요인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 보육정책 강화에는 두 후보 모두 적극적
2030년까지 복지 예산을 전체 예산의 40%대까지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현 정부의 ‘비전 2030’ 프로젝트는 이 후보(1.5)보다 정 후보(3.6)가 적극 추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비전 2030’을 위해 2030년까지 1100조∼1600조 원의 재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이 후보는 성장과 분배를 아우르는 노무현 정부의 이른바 ‘동반 성장’ 기조에 찬성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정 후보는 정부 역할 확대를 통한 ‘차별 없는 성장’을 강조하는 만큼 현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를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갈수록 커지는 복지 관련 정부 조직의 확대에 대해서는 이 후보(2.1)가 정 후보(4.0)보다 부정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박능후 경기대 교수는 “정 후보는 중앙부처의 신설 또는 확대 수준이 아니더라도, 소규모라도 복지 관련 정부 조직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신준섭 건국대 교수는 “정 후보가 복지 업무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을 좀 더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인 수발, 방과후 학교 등 민간에서 일자리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분야에 정부가 재정을 보조하는 ‘사회적 일자리’ 사업의 확대에 대해서는 이 후보(2.6)가 정 후보(4.3)보다 부정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현진권 아주대 교수는 “이 후보는 사회적 일자리 사업도 민간 참여를 통해 추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 후보는 정부 주도의 재정 지출 확대가 주된 기조인 만큼 사회적 일자리를 계속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출산율 확대를 위해 어린이집 확충 등 영·유아 보육 관련 정책을 강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4.0이었다.
박능후 경기대 교수는 “두 후보 모두 보육시설에 대한 정부 지원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준섭 건국대 교수는 “보육정책에 대해서는 이 후보가 정부 역할을 확대 강화하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