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대 부산지방국세청장이 31일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 '상납 진술' 번복 요구를 했다는 의혹을 부인했지만 기자회견에서 밝힌 정 전 청장과의 대화 내용이 다양한 추측을 낳고 있다.
이 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8월 9일 정 전 청장이 구속된 뒤) 열흘 쯤 지나서 전 국세청장과 업무 보고를 위해 전화 통화를 할 때 전 국세청장이 (정 전 청장은)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사람인데 어떻게 면회도 안 가느냐고 권해 검찰에 접견을 요청한 뒤 정 전 청장과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혀 전 국세청장과 연결해서서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정 청장과 만나 '지금 혹시 말하면 국가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정치권에 준 게 있으면 말해서 무슨 도움이 되겠나. 남자로서 가슴에 묻고 가겠는 좋지 않겠나'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직 국세청장 돈 관련 진술하는 것 보니 안 좋더라. 사람들도 기피하더라, 전직 국세청장에게 돈 준 것 재판에서 말한 간부가 있었는데 나와서 보니까 좋지 않더라, 사람들도 기피하고, 그럴 필요 있겠나, 혼자 안고 가는 게 나은 것 같더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또 건설업자 김상진(42·구속기소) 씨가 지난해 8월 26일 세무조사 무마 대가 1억 원을 정 전 청장에게 건네는 식사 자리에 정윤재(44·구속)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이 동석했다는 사실에 대해 그는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시기는 본보가 올 8월 28일 정 전 비서관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연루 의혹을 최초로 보도하기 전이다.
그는 "(8월 초 정 전 청장 구속 사실이 보도됐을 때) 전 국세청장님이 '정 전 비서관 큰일났군. 이런 사람 이름은 좀 안나왔으면 국가적으로 좋을 텐데'라는 말을 했다"며 "다행히도 신문에 보니까 정윤재 비서관이라는 이름이 없어 이름이 안나오는구나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의 말대로라면 전 국세청장은 김 씨가 정 전 청장에게 1억 원을 건넨 식사 자리에 정 전 비서관이 동석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보도되기 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또 "전 청장과 정 전 비서관이 친하고 각별한 사이인걸로 개인적으로 추측하고 있다"며 "(전 청장에게서) 정 전 비서관은 피했으면(이름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직 국세청장이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31일 국세청 직원들은 이번 사건이 몰고 올 파장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전 청장은 소환 전날인 이날까지도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등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상납설이 사실로 확인되면 국세청의 신뢰도가 추락하는 것은 물론 고위층 인사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한 간부는 "사태가 조기에 마무리돼 조직이 안정을 찾아야 하는데 검찰 수사가 장기화되면 일상적인 업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산=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부산=윤희각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