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는 출생에서 사망까지 중산층 이하의 복지를 국가가 책임지는 ‘7대 복지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출생부터 고교까지 무상 교육과 보육 및 치매 관리·치료를 위한 전국적 네트워크 확립 등을 약속했다. 이 밖에도 대선 후보들은 ‘국가가 뭐든 해 주겠다’는 식의 복지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 내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올해 2만 달러를 돌파하고 국민의 복지에 대한 기대도 커져 정부가 이 부문에서 할 일이 많아지긴 했다. 문제는 재정 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설익은 복지 정책이 낳을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라는 점이다. 무분별한 복지 과잉이 국민 개개인의 창의성, 경쟁력,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국력을 쇠잔시켜 결국 복지 악화를 재촉한다는 사실을 우리 유권자들도 직시할 때가 됐다.
이 후보 측은 “복지 공약 시행 첫해에 10조8275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낭비성 정부 예산을 1년에 최소 20조 원 줄일 수 있어 이 돈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낭비성 예산이 과연 그만큼 모아질지 불확실한 반면 지출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 후보는 재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가족행복시대’의 구호를 외치기 바쁘다. 당연히 복지 정책 때문에 나라 살림살이를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부자들에게 부유세를 물려 공공보육시설 확충에 쓰겠다”고 했다. 전형적인 좌파 처방으로 자본의 해외 이탈 등 더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부유세의 폐해는 이를 도입했던 일부 유럽 나라들이 이미 경험했다.
대선 후보들은 거품성 복지 공약을 남발하기보다는 현 정부의 ‘나눠 주기식 복지’ ‘줄줄 새는 복지 예산’부터 개혁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복지 예산은 1997년 15조1000억 원에서 올해 61조4000억 원으로 급증했지만 국민의 체감 효과는 형편없이 낮다. 긴요한 곳에 제때 지원되지 못한 데다 가짜 중증장애인, 가짜 실직자, 가짜 저소득층에게 세금을 쓰는 ‘누수(漏水) 현상’이 심각하다. 국민소득 파악 및 복지 전달 체계부터 제대로 갖춰야 복지정책이 효과를 낼 수 있다. 후보들은 이에 대한 구체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복지 정책이 중요하다. 성장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 민간 주도의 경제운용이 절실한 이유다. 복지 재원 때문이 아니라도 차기 정부는 조세 및 재정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폐해가 드러난 인허가 및 규제 위주의 ‘큰 정부’ 대신 효율을 중시하는 ‘작은 정부’로 개편하고, 나사 풀린 공공부문을 수술해야 성장을 통한 복지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