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창 알스타즈 감독이 자신이 직접 디자인하고 3년간의 연구 개발 끝에 올해 내놓은 브레이크 패드를 앞에 놓고 포즈를 취했다. 이 감독은 레이싱 튜닝 부품을 계속 개발해 출시할 계획. 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자생력을 갖추기 시작한 알스타즈는 국내 카레이싱계의 체질 개선을 이끌고 있다. 용인=홍진환 기자
연예인이자 대학교수, 그리고 카레이싱 팀 대표이자 감독.
가진 직함만 4개. 워낙 하는 일이 많아 부를 명칭이 마땅치 않다. 하지만 그의 모든 일상은 바로 자동차 경주 하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국내 유일의 연예인 카레이싱 팀 ‘알스타즈(R-Stars)’의 이세창(37) 감독.
1996년 카레이싱 세계에 뛰어들었으니 이제 베테랑이다. 그런데 최근까지도 사람들은 이 감독에 대해 “어, 연예인이 카레이싱도 하네”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적어도 자동차 업계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그는 국내 모터스포츠를 앞에서 이끌고 있는 파워맨이다. 용인스피드웨이 근처 알스타즈 팀 본부에서 그를 만났다.
알스타즈는 단순한 레이싱 팀이 아니다. 자체 브랜드의 모자와 의류, 그리고 레이싱 부품까지 생산하는 직원 40여 명의 어엿한 기업이다.
카레이싱을 시작한 이유가 궁금했다.
“원래 자동차를 좋아해 잡지에 시승기도 쓰곤 했어요. 1996년에 한 레이싱팀에서 홍보 성격의 레이싱팀을 운영하려고 하는데 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제안한 게 계기가 됐죠.”
레이싱의 매력은 그 강렬함 때문에 흔히 마약에 비유된다. “연예인은 사람들의 주관적인 기준으로 평가받는 데 비해 레이싱은 1000분의 1초를 다투는 기록으로 평가받아요. 명쾌하죠. 트랙에서 자신의 기록을 0.1초 단축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촬영 : 김성규 기자
이 감독은 투어링 A클래스(2000cc 비개조 차량 대회)에서 2001, 2002년 연속 챔피언에 오르며 선수로서 성공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2003년 알스타즈팀과 함께 회사를 세웠다. 알스타즈는 지난해 탤런트 류시원을 챔피언에 올려놓았고 올해 CJ 슈퍼레이스에서 안재모가 종합 3위를 달리는 등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돈 때문이었다면 연예인만 하는 게 더 낫죠. 외국에도 다녀 보니까 자동차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의 모터스포츠는 너무 열악해 화가 나더라고요. 변변한 경기장 하나 없고 레이싱 부품은 죄다 수입하고요. 내가 제대로 된 팀 한번 만들어 보자고 해서 시작한 거죠.”
카레이싱은 ‘돈 먹는 스포츠’다. 자동차에, 부품에 모든 게 비싸다. 기업 후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국내에선 모터스포츠 자체가 인기가 없어 후원을 받기도 쉽지 않다.
알스타즈는 자체 상품 개발을 통해 자생 능력을 갖추기 시작한 첫 사례다. 3년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올해 출시한 브레이크 패드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감독은 “한때 직원들 월급을 6, 7개월씩 못 주고 회사에 전기가 끊길 만큼 고생했다”며 웃었다.
이 감독은 여전히 배고프다. 우선 경기장 설립이 급선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을 만나 경기장을 짓도록 설득하는 일은 그의 일상 업무 중 하나다.
또 하나의 꿈은 레이싱 스쿨을 세우는 일. 2년 전부터 경기공업대 모터스포츠학과 교수를 하고 있다.
용인=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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