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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대전지하철 100배 즐기기현충원역

입력 | 2007-11-02 06:54:00


민족의 성역인 국립대전현충원과 겨레의 명산인 계룡산으로 이끌어 주는 현충원역.

친일파와 쿠데타 주역의 국립묘지 안장 반대 시위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현충원역 주변은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현대사의 고민과 논란을 고스란히 목격할 수 있는 ‘역사의 현장’이자 40대에게는 아련한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현장’이다.

▽성역 겸 쉼터인 현충원=현충원역에서 충남 공주시 방면으로 2.2km가량 떨어진 곳에 제2의 국립묘지 현충원이 있다. 정부는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묘지의 안장 능력이 한계에 이르자 1976년 이곳에 새로운 묘지를 조성했다. 현충원은 계룡산 문필봉에서 내려오다 다시 솟구쳐 오른 옥녀봉을 정점으로 좌청룡 우백호의 형상을 지닌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보훈산책로’가 개설돼 시민의 휴식 명소로 탈바꿈했다. 보훈산책로는 정문 인근에서 애국지사 제1묘역 주변의 자연학습장을 거쳐 돌아오는 2.4km의 순환 코스로 각종 묘역과 연결돼 있으며 중간중간에 쉼터가 마련돼 있다.

3일에는 현충원(042-820-7061)과 손기정기념재단이 함께 여는 ‘제1회 손기정 선생 추모 단풍길 걷기 대회’도 열린다.

▽남매탑의 전설 계룡산=현충원을 지나 박정자 삼거리에서 동학사 쪽으로 진입하면 계룡산이 나타난다.

한때 계룡산은 신흥종교 교단 200여 개가 밀집한 종교 백화점이었다. 신흥종교 교단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종교정화운동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계룡대 조성 사업으로 흩어졌지만 지금도 ‘정도령’의 도래를 기다리고 있다.

이상보의 수필에 나오는 남매탑에는 자신의 목에 걸린 인골(人骨)을 뽑아 준 스님에게 호랑이가 처녀를 물어다 주었는데 이들이 의남매가 되어 평생 불도에 힘쓰다가 서방정토로 떠났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신라 성덕왕 때 지어졌다는 동학사는 비구니 사찰 겸 승가대학이다. 주변에 파전과 막걸리를 파는 음식점이 즐비하다.

▽구수한 순두부 집, 분재 정원의 커피숍=현충원역 인근의 ‘원조 순두부’는 2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대전 중구 선화동 법원 앞에서 ‘화심 순두부’라는 이름으로 출발해 서구 둔산동과 월평동으로 이전했다가 2003년 지금의 자리에 다시 문을 열었다. 전국에서 손님이 찾아와 점심시간에는 번호표를 받아야 할 정도.

콩을 직접 갈아 끓이고 다시 보자기에 넣어 짜낸 다음 천연간수로 순두부를 만든다. 콩을 13시간 삶아 재래 방식으로 띄워 만든 청국장도 일품이다.

주인 조성주 씨는 “전통 순두부에 조개 소라 등 해물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042-825-0263

분재 정원 안에 있는 아담하고 분위기 있는 커피숍 ‘솔아솔아 푸른 솔아’(042-823-0263)는 이 주변의 명소. 은정루숯불갈비(042-822-0374)에도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현충원역은 단순한 역사라기보다는 문화예술 공간이다. 화장실 주변에는 한밭대 평생교육원생들의 시를 담은 작품 패널이, 화장실 입구에는 닥종이 공예작품들이 승객들을 맞는다. 화장실에는 수유실도 마련돼 있다.

매표소 주변에는 고객의 편의를 위한 양심자전거 12대와 양심우산 30개가 마련돼 있다. 이 역사와 현충원 사이에는 하루 8번의 셔틀버스가, 역사와 한밭대 사이에는 15분마다 한 대씩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윤철혁 역장과 성원종 부역장은 30년간 군 생활을 같이 한 전우. 이들은 “현충원역은 참배객이 많은 만큼 이들이 쉼터로 이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며 “역사가 지나는 곳이 아닌 머무는 곳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이 시리즈는 매주 금요일에 게재됩니다. 다음엔 월드컵경기장역 편이 이어집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이나 소개할 만한 멋집 맛집 등이 있으면 동아닷컴 대전지역 전용 페이지(www.donga.com/news/daejeon) 게시판에 올려 주십시오. 확인 후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지나간 역에 대한 기사도 모두 이곳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