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판다’로 불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인기스타 폴라 크리머(미국). 최근 국내에서 열린 스킨스 게임에 박세리(CJ),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등과 출전한 그는 자신의 별명대로 분홍색 골프공을 사용해 갤러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파란 양잔디를 구르는 핑크빛의 튀는 공이 이채롭게 보였다. 이 공은 브리지스톤의 ‘프리셉트 S3’ 제품으로 파란색과 노란색도 있다.
이처럼 최근에는 흰색 일색이던 골프공도 ‘컬러화 바람’이 거세다. 골퍼의 개성과 기능성을 강조한 컬러 골프공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눈밭에서도 골프를 즐기는 열성 주말골퍼를 겨냥한 제품이 늘어났다. 고급스러운 진주빛을 채택한 브리지스톤의 ‘슈퍼 뉴잉 펄’ 시리즈는 분홍, 노랑, 파랑, 보라, 반짝이는 진주빛 등 다양한 색깔 속에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국카스코는 옐로, 오렌지, 핑크, 라임 등의 형광색으로 된 ‘키라 볼’을 출시했다. 이 공에 사용된 안료는 햇빛을 받으면 자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바꾸는 효과가 있어 더 밝고 빛나게 보여 멀리서도 잘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한편 훅이나 슬라이스를 바로잡아 줄 수 있다는 마법 같은 골프공도 있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폴라라(www.polara.co.kr) 골프공은 독특한 딤플 구조를 통해 슬라이스와 훅을 일으키는 측면 회전을 50% 이상 줄였다고 한다.
골프공을 지구라고 가정할 때 적도 부분에는 정상적인 깊이의 딤플이 있는 반면 양극의 주위에는 얕은 딤플로 구성돼 있어 공의 측면 회전을 감소시켜 직선 방향으로 날아가도록 유도했다고. 이른바 골프공의 ‘자가방향 수정기능’이다. 이 공은 1977년부터 판매를 시작했으나 1980년대 미국골프협회(USGA)가 ‘불공정하다’는 이유를 들어 비공인구로 판정하면서 공식대회에서는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의 주요 언론은 이 공에 대해 ‘페어웨이와 그린에 더 오래도록 머물게 해준다’, ‘러프에서 공을 찾는 데 헤매는 시간을 줄여준다’는 등의 표현을 쓰기도 했다.
기존 딤플의 구조를 없앤 특이한 골프공도 등장했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과 최해천 교수 팀은 바다거북의 등딱지 모양을 본뜬 새로운 공을 개발했다. 공 하나에 280∼540개가 들어가는 딤플은 공기 저항을 떨어뜨려 비거리를 최대 250%까지 늘려주는 효과가 있지만 올록볼록한 표면 때문에 미세한 퍼팅에서는 공을 똑바로 보내기 어렵게 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딤플을 없애고 대신 거북 등의 형상을 응용해 삼각형, 사각형 모양을 조합한 독특한 딤플로 이뤄진 새 골프공은 비거리를 늘려주면서도 매끄러운 면이 전체의 70%에 이르러 퍼팅 정확도까지 높여준다는 게 최 교수의 얘기.
필드에서 공을 찾는 데 애를 먹는 골퍼라면 미국 레이더골프사의 ‘레이더 골프공’이 흥미롭게 보일 것 같다. 이 공의 코어에는 위치 추적용 주파수 칩이 내장돼 있어 라운드 도중 공이 없어진 경우 단 몇 초 만에 공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로스트 볼’에 따른 벌타를 줄일 수 있으며 공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제조업체의 설명이다.
골프공은 다양한 과학 이론과 접목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련 특허만도 1500가지가 넘는다. 그 덕분에 골프공을 잘 선택하면 몇 타는 쉽게 줄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