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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 학력조작 수사 확대… 검증 어떻게 하기에

입력 | 2007-11-03 03:22:00


외국대학 졸업 지원자 매년 증가

“서류 맞겠지” 5년 넘게 실수 반복

권력형 비리인 ‘신정아 게이트’로 촉발된 학력 조작의 불똥이 학계와 문화예술계, 종교계에 이어 군으로까지 확산된 것으로 드러나 군 안팎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병사들을 지휘하며 국토 수호를 담당하는 일선 부대의 초급장교들이 외국 대학의 학력을 위조해 무더기로 임관이 취소되고 검찰에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국방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김형기 국방부 홍보관리관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동아일보의) 보도 내용이 사실이며 학력을 위조한 장교들에 대한 군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되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국방부와 각 군의 학력 검증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나온다.

육해공군은 매년 국내외 4년제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사관후보생을 선발해 8∼16주의 양성 과정을 거쳐 의무 복무기간(3년) 동안 초급장교로 복무토록 하고 있다.

문제는 해마다 외국 대학을 졸업한 학사장교 지원자가 늘고 있음에도 각 군과 국방부 차원에서 이들의 학력 검증을 제대로 실시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육군의 경우 12개국 70여 개 대학을 졸업한 학사장교들이 근무하고 있고 해공군도 외국 대학을 졸업한 학사 출신 장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와 각 군은 제출된 가짜 외국 대학 졸업 관련 서류만 믿고 초급장교로 임용하는 실책을 5년 넘게 반복했고, 그 결과 일부 장교는 전역 때까지 학력 위조 사실을 숨길 수 있었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최운 국방부 인사복지본부장은 “(학력 검증은) 각 군에 위임돼 있기 때문에 (국방부에서) 확인은 하지 않고 있다”며 군내 학력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국방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군에 외국에서 학위를 받은 장교들의 학력 검증을 지시했으며, 현재까지 ‘가짜 학위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5년간 23명의 장교가 학력 조작으로 무더기 적발된 실태를 볼 때 과거 유사한 사례가 더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많다.

특히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에는 학원 형태의 미인가 대학들이 국내 브로커와 짜고 허위 졸업장을 판매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민간 조사기관과 협조해 철저한 군내 학력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와 각 군이 장교 지원자의 외국 대학 졸업 여부를 인터넷 등으로 즉시 확인하고, 이를 전산 관리하는 강력한 학력 검증 시스템이 조속히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