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주식투자 허용… 쌓아놓은 7조3000억 잡아라”
《빠르면 이달 중 사립대들도 주식투자 시대를 맞게 된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미개발 영역’인 사립대 적립금에 ‘눈독’을 들이며 대학 자금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했던 대학들도 ‘포트폴리오’ 설계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주식 투자 규제 완화=사립대학의 누적 적립금은 2006년 결산 기준으로 7조3458억 원이나 되지만 대부분 은행 예·적금에 묶여 있다.
원금 손실을 보지 않도록 사립대의 주식 투자를 제한한 ‘사학기관 재무 회계규칙’ 제7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인적자원부가 이 조항의 삭제 또는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사립대의 고수익 상품 투자가 가능하게 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주식 투자를 제한하는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초안을 마련했다”며 “부처 간 의견 조율을 마무리해 빠르면 이달 중 입법 예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대학에 ‘러브콜’=가장 분주해진 곳은 금융권이다. 최소 7조 원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대학 기금 자체가 규모가 큰 데다 대학의 주식 투자가 장학재단이나 종교재단 등 보수적 성격의 비슷한 기금들을 시장에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기관이 믿고 맡기는 투자회사라는 평판도 금융회사의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각 대학을 상대로 한 금융사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증권사들은 개별 대학과 대학의 재무담당자, 관련 협의회를 쫓아다니며 투자설명회를 열고 자금 운용 노하우에 대한 강의도 실시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대학기금을 타깃으로 설계한 ‘자산배분 전략 보고서’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증권업협회는 ‘사립대학 투자풀’(가칭)을 준비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군소 대학이 투자풀을 만들어 공동 투자를 하고 있다”며 “적립금 규모가 작아 독자적인 투자가 힘든 대학들은 풀을 구성해 공동 대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대학들도 높은 관심=대학들도 직접 금융사의 문을 두드리는가 하면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서강대는 3명의 전문가를 재정운용위원으로 영입했고 연세대도 증권사 대표 등으로 자금운용자문위원단을 구성했다.
중앙대 김창수 기획실장은 “관련법이 개정되면 바로 가동할 수 있도록 자금운영회를 구성했다”며 “신중한 투자를 위해 금융상품을 직접 운영 및 개발하는 외부 전문가 2명을 위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재정력이 대학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대학도 기금 운용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큰 위험이 따르는 고수익 상품 투자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화여대는 “대학의 자금은 원금이 손실되면 안 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며 “당장 투자 방식을 바꿀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