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근무땐 정년보장’ 시행 앞두고 감원 한파
외국기업들은 여론 눈치보며 대책마련 분주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국의 새 노동계약법을 앞두고 해고 폭풍이 불고 있다.
새 법의 시행으로 내년부터는 해고가 어렵고 해고에 따른 경제보상금(퇴직금)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노동자 권익을 보호한다는 새 노동법에 노동자가 먼저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중국 최대의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華爲)기술유한공사는 9월 말부터 최근까지 전체 직원 6만여 명 가운데 11.7%에 해당하는 7000명을 명예퇴직 형식으로 해고했다.
사표를 내는 직원에게는 근속연수에 따라 보상금이 주어졌지만 해고된 직원들은 사실상 강제 해고라며 불만이 대단하다.
해고된 사원은 대부분 근속 연수가 8년차 이상인 고참들이다. 새 노동법이 10년 이상의 장기근속자는 반드시 정년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종신 고용’을 피하기 위한 사전 해고다.
중국 관영 CCTV도 최근 3주간 전체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1800명을 한꺼번에 해고했다. 현 노동법에 따라 해고가 가능한 임시직들이다. 새 노동법은 임시직 고용계약을 2번 이상 하면 3번째부터는 무기한 고용으로 간주하도록 되어 있다.
중국 기업들과 달리 외자기업들은 눈앞의 경제적 이익에 매달리다 여론의 뭇매라도 맞게 되면 기업의 이미지가 크게 손상되기 때문에 여론의 눈치를 보며 소규모 감원에 그치고 있다.
올해 6월 LG는 매년 평가를 거쳐 실적이 부진한 직원을 해고한 관례에 따라 10%의 직원을 감원했다가 노동법 시행을 앞둔 ‘꼼수 감원’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직원 1200명인 월마트의 구매센터도 지난달 22일 100명을 해고했다가 ‘전 세계 감원인원 가운데 절반을 중국에서 잘랐다’는 언론의 비난에 직면했다.
새 노동법은 1995년부터 시행된 현 노동법에 비해 고용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10년 이상 근속하면 반드시 종신 고용을 해야 하고 연속 2년 이상 고정기간 계약을 하면 3회째부터는 사실상 정년을 보장하는 무기한 계약을 해야 한다. 퇴직금 지급 규정이 확대됐고 파견노동자와 정규노동자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도 적용토록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기업의 임금 부담이 15%가량 늘어나고 해고도 매우 어려워진다.
중국에 진출한 한 중소기업 사장은 “새 노동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회사 규정을 새 노동법에 맞추면서 이윤이 감소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