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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 외국자본 입는다

입력 | 2007-11-06 03:00:00


이머징 마켓 투자 귀재로 잘 알려진 템플턴자산운용 사장 겸 수석 펀드매니저인 마크 모비우스 박사는 9월 의류업체 아비스타를 찾았다.

빠듯한 국내 일정이었지만 모비우스 박사는 매장 이곳 저곳을 돌아보고 기업설명회(IR) 담당자에게 신규 브랜드 출범과 해외 진출 계획 등 경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꼼꼼히 물어 본 후 돌아갔다.

이후 템플턴자산운용은 회사를 방문하기 전 7.19% 수준이었던 지분을 최근 10.61%로 늘렸다. 아비스타는 여성 캐주얼 의류브랜드 BNX와 에린브리니에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12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내수 회복을 기대한 해외 자본들이 최근 국내 패션기업과 패션유통업체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패션유통업체에 투자한 외국계 회사들은 선진국의 체계적인 유통 기법을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패션 유통망에 일대 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 내수 회복 기대…패션주 선점하라

아비스타는 코스닥 상장 이후 매주 1, 2차례씩 외국계 펀드들이 직접 방문하거나 콘퍼런스 콜을 통해 기업에 대한 투자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이 회사 경영관리팀 김지환 대리는 “회사가 설립된 후 연평균 54%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는 데다 해외 진출이 긍정적으로 부각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템플턴을 포함한 이 회사에 대한 외국인 지분은 25% 수준이다.

미국계 아리사이그펀드는 최근 고급 유아 의류 브랜드인 ‘타티네 쇼콜라’를 만드는 보령메디앙스 지분 5.08%를 사들였다. 아리사이그펀드는 크라운제과 신원 등 주로 내수업종에 투자하는 것으로 국내에 알려져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패션업종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주가가 크게 오른 신세계나 롯데쇼핑보다는 경기 회복 시 패션업체의 주가 탄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패션업계도 그간 소홀했던 IR 담당 인력을 충원하고 투자설명회를 여는 등 해외 자본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신원 이동원 과장은 “지난해부터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IR를 하고 있다”며 “이렇다 할 글로벌 브랜드가 없는 상황에서 해외 자본력을 이용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패션 유통망도 관심

패션유통업체에 대한 외국계 자본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영업 부진으로 헐떡이던 대구밀리오레의 경우 9월 미국계 부동산투자회사인 트라이시스 코리아에 905억 원에 매각됐다. 쇼핑몰 유투존이 입점해 있던 서울 중구 명동 명동타워도 미국계 투자회사 리먼브러더스가 959억 원에 사들여 내년 오픈을 목표로 한창 리모델링 중이다.

패션유통업체인 애플프라자는 지난해 미국계 사모(私募)펀드 라셀인베스트먼트로부터 신규 사업 및 점포 확장을 조건으로 3조 원 규모의 외자를 유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애플프라자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수도권 내 하나 뿐인 매장 수를 늘릴 계획이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패션유통업이 선진국에 비해 명품 브랜드 유치력, 체계적인 매장 관리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이 워낙 떨어져 선진 유통기법을 도입하면 패션유통회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에도 부동산은 남기 때문에 패션유통망에 대한 투자는 매력적이다”고 설명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