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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쏘옥]CEO의 최대 덕목, 용기와 책임

입력 | 2007-11-07 03:10:00


씨티그룹의 찰스 프린스 회장이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프린스 회장은 미장공의 아들로 태어나 변호사를 거쳐 씨티그룹의 전신인 커머셜 크레디트에 입사해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 그런 그가 이익 급감과 주가 하락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자 능력을 아까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다른 대형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의 제임스 케인 회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확산되던 7월 카드와 골프 게임을 위해 수시로 사무실을 비웠던 사실이 알려졌는데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최고경영자(CEO)들의 행보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사임해야 하는가, 힘들지만 회사를 계속 끌고 가야 하는가.

2005년 타계한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가 살아 있었다면 사임 쪽에 한 표를 던졌을 것이다.

투자전략 컨설턴트인 하스 에더샤임 씨가 쓴 ‘피터 드러커, 마지막 통찰’에 따르면 드러커가 중시한 CEO의 덕목은 ‘용기’였다.

CEO는 회사의 방향을 결정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며 조직을 민첩하고 경쟁력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역할을 다하면 CEO의 가치관은 조직에 스며들게 된다. 조직 구성원들이 CEO의 가치관을 감안해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적이 부진하게 나온다면 CEO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드러커는 용기 있게 책임지고 떠날 것을 주문한다. 책임지는 것이 CEO의 존재 이유라는 것이다. CEO의 가치관이 스며든 조직의 실패를 만회하려면 CEO가 물러나야 혁신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국내 은행은 위기를 맞고 있다. 순이익이 크게 줄고 은행의 수익성을 판단하는 대표 지표인 순이자마진도 곤두박질쳤다.

물론 현 상황이 은행장의 사퇴를 논할 정도로 심각하진 않지만 수익성 급감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명을 하거나 비용 절감을 위해 고통을 감수하겠다는 식의 책임지는 자세가 아쉽다.

역대 은행장 가운데 경영 부진으로 자진 사퇴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건 중도 퇴진을 불명예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은 책임지는 CEO를 원한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