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 구하려면 전세금 외에도 수수료-등기비 등 챙길 게 많네요
모든 거래엔 ‘거래 비용’ 뒤따르기 마련이죠
●사례
승호(32)는 요즘 부쩍 초조해졌다. 얼마 전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2년 전 결혼과 함께 아담한 셋집을 보금자리로 마련했는데 그동안 주변 전세금이 너무 많이 올랐다.
“아무래도 다른 집을 알아봐야 할 것 같아. 당장 돈을 빌리기도 어렵고, 빌린다 해도 갚아 나가기가 벅찰 테니….”
승호는 무리하게 빚을 내기보다는 차라리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까지 절약하며 돈을 모으자고 아내에게 말했다. 처음에는 서운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던 아내도 승호의 뜻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승호 부부는 부동산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열심히 뒤져 대략적인 지역별 전세금을 조사하고, 직접 그 지역 부동산 중개인들을 찾아갔다.
“비교적 전세가 싸게 나온 아파트가 있는데 한번 보실래요?”
부동산 중개인이 소개해 준 집은 그런대로 주택구조가 마음에 들었다. 벽 곳곳에 얼룩이 져 있어 도배만 새로 하면 좋을 것 같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좀 불편해 보였지만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집주인은 보증금을 줄이고 일부라도 월세를 받았으면 하던데, 혹시 괜찮으신가요?”
“아니요. 저희는 그냥 전세로 계약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도배는 새로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이후 승호 부부는 여러 집을 둘러보았지만 그 집만큼 마음에 드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처음에 들렀던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집 주인이 전세로 계약하겠답니다. 도배도 새로 해주고요. 그런데 전세금은 지난번 말씀드렸던 것보다 약간만 올려달라는군요.”
“네. 그렇게 하지요. 언제 계약할 수 있나요?”
승호 부부는 전세 계약을 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인이 준비한 관련 서류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저희는 전세권 등기를 설정하고 싶어요.”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전세권 등기를 하려면 돈도 들 텐데…. 그래도 원하시면 그렇게 하시죠.”
승호는 모든 것을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전세권 등기를 설정해 두면 전세금을 떼일 염려는 없기 때문이다.
전세 계약을 마친 후 중개인에게 중개 수수료를 지급했다. 중개 수수료가 조금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새로 이사할 집을 마련했다는 생각에 승호 부부는 그래도 행복했다.
●이해
승호 부부가 새로 이사할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전세금 이외에 실제로 지불한 비용은 얼마나 될까.
그들은 원하는 전셋집을 찾아다니고, 집 주인과 세부적인 계약 내용을 협상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게다가 집을 소개해 주고 계약을 성사시켜 준 부동산 중개인에게 그 대가로 중개 수수료를 지불했다. 계약이 성사된 후에는 계약 내용을 법적으로 보장받기 위해 전세권 등기를 설정했고, 그 대가로 등기 비용을 지불했다.
이처럼 거래 당사자들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이라고 한다.
거래 비용은 구체적으로 거래할 상대자를 찾고(정보탐색 비용), 가격 등 거래 조건에 대해 합의하고(협상 비용), 합의사항이 준수되도록 노력하는 것(합의유지 비용)과 관련된 비용을 말한다.
다른 유형의 비용처럼 거래 비용도 당연히 적게 들수록 좋다. 앞의 사례에서 승호 부부가 지불한 중개 수수료는 거래 비용의 일부이면서 전체 거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불한 대가이기도 하다.
부동산 중개 서비스가 없었다면 승호 부부는 원하는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일일이 집을 다 찾아다니고 계약 내용에 대해 협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거래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경제생활의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은행은 금융거래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은행이 없다면 돈을 빌릴 사람은 빌려줄 사람을 찾느라, 반대로 돈을 빌려줄 사람은 빌릴 사람을 찾느라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적절한 이자와 기간을 협상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며, 그런 서로 간의 약속을
지키게 하는 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에겐 은행이 있기 때문에 돈을 빌릴 사람이건, 빌려줄 사람이건 은행에 가기만 하면 된다.
박 형 준 성신여대 사회교육과 교수·경제교육 전공
정리=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