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에는 기량발전상(MIP)이란 게 있다.
말 그대로 예전보다 실력 향상이 두드러진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노력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동부에는 역대 MIP 수상자 두 명이 뛰고 있다.
가드 표명일(32)과 포워드 강대협(30)이다.
1998년 프로에 뛰어든 표명일은 주로 주전들이 지쳤을 때 수비수로 출전하는 후보 신세였다. 기아에서 2년 동안 강동희(41)의 대타였으며 2002년 제대 후 KCC로 옮긴 뒤에는 이상민(35)의 백업이었다. 당대 최고라던 강동희와 이상민의 벽이 워낙 높았지만 표명일은 그런 선배들에게 뭐 하나라도 더 배우려 노력했다.
“어깨 너머로, 때로는 직접 물어 보며 공격과 패스 요령, 전술 구사 능력을 익혔어요.”
강대협은 대표적인 ‘저니 맨’이다. 2000년 현대 입단 후 LG-SBS-모비스-SK를 거쳐 지난해 표명일과 함께 동부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 7시즌 동안 6팀의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하도 옮기다 보니 처음엔 서글펐지만 나중엔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새로운 걸 익히려고 애썼죠.”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도 성실하게 실력을 키워 온 표명일과 강대협이 서른 줄에 접어들어 전성기를 맞았다.
주전 가드를 꿰찬 표명일은 탄탄한 수비에 정교한 외곽 슛까지 갖춰 올 시즌 평균 15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시즌 통산 기록(4.4득점)보다 3배 이상 많다.
시즌 평균 8점을 올린 강대협은 최근 강호 LG와 삼성전에서 평균 12점을 보태며 제 몫을 다했다. 특히 고비에서 3점슛을 터뜨려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동부가 최근 6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에 나선 것은 이들의 활약으로 내외곽이 조화를 이룬 게 큰 힘이 됐다.
괄목상대 속에 어느새 억대 연봉까지 받게 된 표명일(1억6000만 원)과 강대협(1억2000만 원)은 뭔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
허구한 날 벤치만 지키는 암담한 현실의 후보들에게도 언젠가 기회는 올 것이며 그날을 향해 땀을 흘리자고….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