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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재미 ‘허영만 브랜드’의 힘

입력 | 2007-11-07 03:10:00


《동아일보에 인기리에 연재 중인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 ‘식객’이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1위(전국 관객 51만 명)를 차지하면서 ‘허영만의 콘텐츠는 실패하지 않는다’는 ‘불패 신화’를 이어 가고 있다. 특히 가족 단위의 관객이 많아 허 화백의 만화를 보고 자란 팬인 30, 40대가 자녀를 데리고 극장으로 모이고 있다는 것이 제작사의 평가다. 한국의 음식을 소재로 음식에 대한 철학과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엮어 낸 만화 식객은 JS픽쳐스가 김래원 남상미 주연의 드라마로도 제작 중이다. 이 회사는 허 화백의 만화 ‘사랑해’도 안재욱 서지혜 주연으로 드라마로 만들고 있다. 식객의 제작사 쇼이스트 김동주 대표는 “사실 영화는 전윤수 감독의 ‘식객’인데 사람들은 ‘허영만의 식객 보러 가자’라고 한다. 허영만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다”라고 말했다. 》

○ 허영만의 힘

허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타짜’는 작년 추석에 개봉해 68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현재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이 속편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배우 정우성을 청춘스타로 만든 1997년 작 ‘비트’는 서울 관객 47만 명으로 당시로선 기록적인 흥행작이었다. 이 밖에 1978년에 ‘철면객’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됐던 ‘각시탈’은 ‘비트’의 김성수 감독이 판권을 구입해 다시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그의 만화로 만든 드라마도 시청률이 높았다. SBS가 방영한 ‘아스팔트 사나이’(1995년)가 30%대, ‘미스터Q’(1998년)의 최고 시청률은 45.3%였다.

또 1990년부터 방영된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KBS)는 일일 최고 시청률 42.8%, 점유율 78%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역대 장편 만화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다. 사오정 개그, 저팔계 말투 따라하기 신드롬을 일으키며 주제곡도 히트를 쳤다.

이야깃거리를 찾아 헤매는 영화사나 드라마 제작사들은 위험 부담이 따르는 창작물보다는 검증된 만화나 소설의 영화화를 선호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소재가 매력인 일본 원작의 판권 구입에 열을 올리는 것이 현실. 그러나 허 화백의 만화에는 끊임없는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판권이 팔린 만화만 15편이 넘는다.

○ 왜 허영만인가

만화평론가 박석환 씨는 “허 화백은 ‘난 늘 2등이었다. 1970년대에는 이상무, 1980년대에는 이현세가 1등이었다’고 말했는데 그는 늘 2등이었기에 새로운 장르의 개척과 소재의 발굴에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작품적 성취를 낳았다”며 “그의 만화는 영상화를 위한 모든 요소가 갖춰져 있어 더 포함할 것이 아니라 잘 덜어 내기만 하면 작품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허영만표 콘텐츠의 힘을 ‘현실성’과 ‘정보성’에서 찾는다.

‘타짜’ 제작사 사이더스FNH 윤상오 제작이사는 “허 화백의 만화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발이 땅에 붙은 이야기’”라며 “타짜에서도 도박은 소재일 뿐이고 도박을 통해 인간 군상의 심리와 그들의 관계를 드라마틱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보여 준다”고 말했다. 허 화백도 “내 만화에는 슈퍼맨이 없다”는 말로 자신이 현실을 지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꼼꼼한 취재로 해당 분야에 대한 사전 수준의 정보를 주는 것이 또 하나의 장점. 허 화백은 식객을 그리기 위해 500명 이상의 사람을 만나고 10만 장 가까운 사진을 찍고 200여 권의 취재수첩을 빼곡히 채웠다. 영화 식객에 대해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주로 지적하는 것도 ‘만화에 나온 음식에 대한 디테일이 영화에는 생략됐다’는 점이다. 이런 정보는 독자나 관객들이 체험해 보지 못한 세계를 간접 경험할 수 있게 해 준다. 만화적 재미와 함께 속옷 회사(미스터Q), 자동차 세일즈(세일즈맨), 경마(오늘은 마요일), 도박(타짜), 대한민국 부자(부자사전), 요리(식객) 등 해당 세계에 대한 정보를 섞은 ‘인포테인먼트(정보+재미)’ 콘텐츠인 것.

만화평론가 이명석 씨는 “다른 만화가 장르적 재미에 치우친 데 반해 허영만 만화는 사회와 실용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만화적 공상이 시들해진 어른들도 그의 만화를 통해 흥미를 느끼고 정보를 얻는다”고 말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