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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이리역 폭발 30년… 희생자 기립니다”

입력 | 2007-11-07 05:39:00


11일까지 익산역-시내서 추모제 열려

“이리역 화약열차 폭발사고를 기억하십니까.”

1977년 11월 11일 밤 9시 15분 전북 익산시(당시 이리시) 역 구내에서 한국화약의 다이너마이트와 전기 뇌관 등 40t의 고성능 폭발물을 싣고 정차 중이던 화물기차 한 량이 폭발했다.

안전교육도 받지 않은 호송 책임자 신모(당시 36세) 씨가 술을 마시고 촛불을 켜 놓고 잠이 든 사이 불이 화약상자에 옮겨 붙으면서 대폭발을 일으킨 것.

시민 대부분은 저녁을 먹고 한국 대 이란의 월드컵축구 예선전 TV중계에 빠져 있던 참이었다.

역 바로 앞 창인동 삼남극장에서는 관객 700명 앞에서 작고한 코미디언 이주일 씨의 사회로 ‘하춘화 리사이틀’이 열리고 있었다.

30km 떨어진 전주에서도 들릴 만큼 천지를 진동하는 세 차례의 폭발음과 함께 당시 인구 13만의 익산시는 암흑과 공포의 생지옥으로 변했다. 피해 규모는 국내 폭발 사고 중 전무후무한 것이었다.

철도공무원 16명을 포함해 59명이 사망하고 중상 185명, 경상 1158명 등 1402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역 주변 500m 안의 집은 모두 부서졌고 반경 8km 안의 건물 유리창이 파손됐다. 99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시 전체 가구 70%가 피해를 보았다.

당시 22세의 인기가수였던 하춘화 씨는 “폭발현장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공연장이 폭삭 무너지면서 아수라장이 됐는데 이주일 씨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 나를 업고 뛰었다”면서 “생명의 은인인 이 씨가 사망하던 날 펑펑 울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참사 30주년을 맞아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가 7∼11일 익산역과 시내에서 열린다.

주민 대표들은 ‘이리역 폭발사고희생자추모사업회(대표 김삼룡)’를 발족하고 희생자와 부상자를 위로하기 위한 대대적인 추모행사를 마련했다.

창인동 ‘아르케 소극장’에서는 이 사고를 담은 연극 ‘이리’가 공연되고 사고 당시와 이후 익산의 변화된 모습을 담은 사진전도 이 극장과 익산역에서 전시된다.

11일에는 익산역 광장에서 진혼제가 열리고 추모공연이 펼쳐진다.

익산시는 가수 하 씨를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사고 현장 시민들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아 상영한다.

사고 현장인 익산역에는 앞으로 호남고속철도(KTX)의 전북 정차역이 건설되고 800억 원을 투입해 역세권을 재개발한다.

이한수 시장은 “역세권 개발을 통해 사고 당시 폐허로 변했던 역과 주변을 쾌적하고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