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야. 오른 발을 이렇게 하는 거야”
한국야구를 빛낸 두 명의 영웅이 선생과 제자로 만났다.
7일 잠실야구장 불펜. 올림픽 야구대표팀 두 번째 평가전이 열리기에 앞서 대표 팀의 선동렬 투수코치가 낯익은 두 명의 투수에게 원 포인트 레슨을 하고 있었다. 선동렬 코치의 지도를 묵묵히 듣고 있던 이 두 투수는 박찬호와 이승학.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00승 이상을 거둔 한국야구의 영웅이며 이승학 역시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다 올 시즌 두산에 합류한 해외파 출신이다.
사실 선동렬 코치의 마음은 급하다. 12월 1일부터 대만에서 열리는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예선전까지 아직 3주 가까이 여유가 있지만 투수들의 페이스가 생각만큼 따라와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찬호 역시 마찬가지. 지난 첫 번째 평가전에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긴 했으나 솔직히 구위 자체는 썩 좋지 못했다. 이번 올림픽 예선에서 박찬호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선동렬 코치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선동렬 코치가 지적한 박찬호의 문제점은 투구시 하체의 밸런스. 선 코치가 소속팀인 삼성에서도 투수들에게 늘 강조하는 부분이다. 오른손 투수에게 축이 되는 오른 발이 공을 놓는 순간까지 무너지면 안 된다는 것으로 다시 말해 하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선동렬 감독은 박찬호에게 이 부분을 자세히 설명하며 직접 시범까지 보여주는 등 공을 들였고 박찬호는 때때로 고개를 끄덕이며 선 코치의 설명을 주의 깊게 들었다. 불펜에서 함께 훈련 중이던 이승학과 바로 앞 덕 아웃에 앉아있던 송진우도 ‘선동렬 교수’의 강의에 청강생으로 합류했다.
최근 투구 감각이 무뎌진 대표팀의 이승학은 선동렬 코치로부터 하체 이용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받은 뒤 이번에는 박찬호로부터 세트포지션에서 손동작과 시선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했다. 한국 최고의 투수였던 선동렬과 박찬호로부터 원 포인트 레슨을 받은 이승학은 “지금 투구 폼이 흐트러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입장인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프로야구사에 최고의 투수로 기억되는 선동렬 코치가 코리언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직접 지도하는 모습에 기자들은 물론 야구장을 찾은 팬들도 관심을 보였다. 팬들은 불펜 뒤 관중석 앞에 모여 이 장면을 사진기에 담기 바빴다.
잠실야구장=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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