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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시대배경 2차대전 때의 파리로… 新 ‘라 트라비아타’

입력 | 2007-11-08 03:02:00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되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배경은 원작에서부터 100년을 건너뛰어 1940년 독일군이 점령한 파리로 바뀌었다. 사진 제공 한국오페라단


15∼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서는 파격적 연출이 돋보인다. 베르디 원작의 배경인 1840년대 유럽은 이번 공연에서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이 점령한 파리로 바뀌었다. 나치의 붉은 완장을 찬 장교가 파티에서 축배의 노래를 부르고, 반라의 무용수들이 춤을 춘다.

이번 공연을 위해 내한한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연출가 피에르 루이지 피치(77·사진)는 “전쟁의 공포가 가득할수록 사람들은 쾌락에 더욱 탐닉한다. 내일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살고자 하는 욕망, 즐기고자 하는 욕망이 더욱 분명해지니까. 전쟁이란 배경은 사건에 강렬한 긴장을 넣어 준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2005년 스페인 국왕 즉위기념으로 공연된 레알 마드리드극장의 프로덕션을 무대와 의상, 소품까지 고스란히 들여왔다. 초연 당시 무대 중앙을 벽으로 갈라놓는 독특한 연출이 화제를 모았다.

피치는 “남녀 주인공인 알프레도와 비올레타가 사랑을 나누는 시간은 너무도 짧고 모든 것이 찰나에 폭발한다”며 “그래서 1막은 무대를 2개 면으로 나눠 비올레타의 방에서는 사랑이 격렬하게 불붙고, 열린 외부 공간에서는 위선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비올레타 역의 이라나 룽구, 엘레나 로시, 알프레도 역의 제임스 발렌티와 안드레아 카레는 실력은 물론 패션모델 같은 외모를 모두 갖췄다. 피치는 “처음에 베니스에서 공연 당시 뚱뚱한 성악가가 폐결핵으로 죽는다는 설정 자체가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며 “오페라도 영화처럼 시각적 이미지를 중요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라 트라비아타’는 비올레타의 고독과 구원에 초점을 맞춘다. 마지막 장면에서 폐병에 걸린 비올레타는 연인 알프레도의 품에 안겨 죽는 대신 홀로 테라스에 나가 노래를 부르며 숨을 거둔다. 3만∼31만 원. 02-587-195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