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시인 다르위시 내한
중동권 노벨문학상 후보로 손꼽혀
“나는 역사의 아들이 되고 싶습니다만, 역사의 희생양으로 내몰립니다. 그렇지만 결국 역사의 적자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팔레스타인 시인 마무드 다르위시(66·사진) 씨는 이집트 소설가 나기브 마푸즈(1988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래 중동 지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꼽히는 작가다. 그가 14일까지 전북 전주시에서 열리는 ‘2007 아시아 아프리카문학 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마침 그의 시선집 ‘팔레스타인에서 온 연인’(아시아)도 출간됐다.
“팔레스타인은 지구 위에 남은 마지막 점령지이며, 우리는 압박에 저항해 나갈 것”이라면서 팔레스타인 독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는 다르위시 씨. 그의 저항 정신을 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박살 난 거울처럼/달이 몰락할 때면/우리들 사이에 달그림자 더욱 커지고/신화들은 죽어 가는데/내 사랑…너 잠들지 말라/우리의 상처는 훈장이 되었다’(‘내 사랑…너 잠들지 말라’ 중에서)
어느 곳에서도 정주하지 못하고 세계 곳곳을 떠돌면서 유랑의 삶을 산다는 그는 “시인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무거운 짐을 지는 숙명을 갖는다”면서도, “그러나 시인은 삶이 암흑처럼 검더라도 그 안에서 빛을 찾아야 하는 존재”라고 역설했다. 팔레스타인인의 질곡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그의 시의 주제이지만 다르위시 씨는 “그렇지만 문학은 민족주의에만 갇혀 있을 수 없으며 보편적인 울림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우리는 정체성의 땅/그 중력에서 풀려났다. 무엇을 할 것인가…무엇을/우리는 할 것인가, 유랑이 없다면,/그리고 긴 밤이 없다면/강물을 응시하는 이 긴 밤이?’(‘유랑이 없다면, 나는 누구란 말인가?’ 중에서) 같은 시구에서 그는 팔레스타인의 문제를 세계가 당면한 디아스포라(이산·離散)의 문제로 승화시킨다.
다르위시 씨는 “시가 현실을 바꿀 수는 없어도 사람들의 마음을 바꿀 수는 있다”면서 “나의 시가 민족 간의 경계를 허물고 한국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감동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