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이라크에서 좋은 조짐들이 보인다는 말을 자주 한다. 기본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이라크 내 폭력사태는 3분의 1가량, 사상자는 반으로 줄었다.
물론 이라크는 여전히 전쟁터다. 유혈 사태가 난무한다. 치안은 여전히 엄청난 규모의 미군 병력에 의존한다. 그러나 미군이 종파 갈등을 무한정 억제할 수는 없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지난주 “진전이 있다”면서도 ‘승리’나 ‘성공’ 같은 단어를 피한 것은 그런 점에서 옳았다.
올해 들어 나타난 진전을 보노라면 ‘우리가 초기에 전력을 증강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라크 점령 초기 에릭 신세키 합참의장에서부터 존 매케인, 힐러리 클린턴 의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충분한 병력의 주둔을 요구했지만 어이없게도 당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딕 체니 부통령,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반대하지 않았던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성적표는 어떤 관점에서도 좋지 않지만 현재의 추세는 긍정적이며 의미 있다. 이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가정하기보다는 이것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가를 생각하고 이를 굳건하게 할 수 있도록 모든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가 정책 수단을 찾을 때 종종 잊는 것이 경제적 측면이다. 반군을 제압하고 국가를 재건하는 데 있어 경제는 치안 확보, 정치적 안정과 더불어 3대 기둥 중 하나다.
미국은 막대한 돈을 이라크에 쏟아 부었으며 지방 재건팀을 강화하고 다른 나라들이 이라크의 경제를 지원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현상은 답보상태다. 전기 공급이 사담 후세인 치하에서보다 20% 늘어난 것은 다행이다. 전화 사용량도 늘었고 인플레이션은 안정을 되찾았다. 휘발유 가격이 부분적으로 합리적인 수준을 유지하게 된 것은 휘발유 보조금 지출을 줄일 수 있고 휘발유 시장에 최소한의 시장원리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다른 영역은 걱정이 앞선다. 미국과 이라크 정부가 발표하는 상하수도 통계는 난해한 암호 같다. 어린이들이 치안이 개선된 거리로 통학한다는 이야기는 나오지만 이를 입증하는 통계자료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 실업률은 30∼40%대를 맴돈다.
이런 수치가 후세인 치하 혹은 여타 중동국가와 비교할 때 끔찍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국가재건이라는 미국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라크인들이 ‘미국이 실수하고 있다’고 믿게 만들 뿐이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국가 기간산업의 통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는 상황 진전을 확인하고 개선 방법을 모색하는 데 필수적이다.
둘째, 정확한 통계를 단시일 내에 확보하기 어렵다면 상수도 교육 일자리 등 삶의 질과 연계된 경제 활동에 대해 이라크인의 만족도를 파악하는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셋째, ‘뉴딜’ 방식처럼 일자리를 인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모술 북부지역의 댐이 안전 이상 진단을 받았는데, ‘보조 댐’을 건설하면 실업자를 흡수할 수 있다.
넷째, 우수한 미국 외교관이 이라크 공관에서 일하도록 생존 수당을 늘려야 한다.
다섯째, 이라크 정치인의 부패를 줄이도록 압박해야 한다. 부패 추방에 적극적인 지역에 재건자금을 더 투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조치들은 시작에 불과하다. 새로운 이라크 건설을 위해 경제는 치안 유지, 정치 안정과 함께 중요한 ‘솥발’의 하나다. 그걸 간과해 온 게 문제다.
마이클 오핸런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