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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 3국, 민주주의가 휘청거린다

입력 | 2007-11-09 03:01:00


그루지야 “독재 대통령 퇴진” 시위… 비상사태 선포

우즈베크 대통령은 2차례 임기연장… 3선 고지 노려

푸틴 퇴진 앞둔 러시아는 권력암투… 기업 투자 기피

일주일째 대통령 퇴진 시위가 벌어진 그루지야에 7일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이에 대한 항의 시위와 과격 진압, 언론 탄압 등이 잇따르면서 그루지야는 2003년의 ‘장미 혁명’에 이어 또 한 차례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대통령의 장기집권 야욕, 집권층의 내분, 야권의 시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그루지야 등 옛 소련 3개국이 정권 교체기를 맞아 진통을 앓고 있다. 민주주의 시스템이 아직 정착하지 않은 국가에서 대통령 교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빚어지는 것이 닮은꼴이다.

▽그루지야의 비상사태 선포=2003년 11월 ‘장미 혁명’을 이끌었던 미하일 사카시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7일 수도 트빌리시에서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가 격화되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시위는 그가 라이벌 정치인인 이라클리 오크루아시빌리 전 국방장관을 직권 남용과 돈세탁 혐의로 구속한 뒤 지난달 31일 강제 출국시키면서 일어났다.

10개 야당 연합이 주도한 연인원 10만 명이 넘는 반정부 시위대는 일주일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무장 경찰은 항의하는 시위대에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면서 곤봉과 발길질로 시위를 무차별 진압했다.

경찰은 또 친야당 성향인 이메디 TV 방송국을 장악했다. 경찰의 방송국 난입으로 생방송 중이던 뉴스가 중단되는 과정이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중계됐다.

야권은 사카시빌리 대통령이 독재를 꾀하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한층 높였다. 현 정권이 ‘장미 혁명’으로 집권했지만 정적 축출 과정에서의 사법권 남용과 부패등을 이유로 퇴진 압력을 받는 처지가 됐다.

▽현직 대통령의 집권 연장 야욕=올 12월 23일 대선을 실시하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현직 대통령 재당선을 위한 정치 일정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여당인 민주자유당은 6일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을 차기 대선 후보로 재추대했다. 올해 69세인 카리모프 대통령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임기를 연장했으며 이번에도 3선 고지를 무난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러시아에선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블라디미르 푸틴 현 대통령의 권력 유지를 위한 각종 시나리오를 계속 내놓고 있다.

통합러시아당은 내년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푸틴 대통령에게 ‘영원한 국가 지도자’ 신분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7일 밝혔다.

▽불투명한 미래=서방식 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한 옛 소련 국가에서 대통령 교체기의 후유증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월 총선을 실시하는 러시아의 경우 집권당의 승리가 확실한데도 크렘린 내 권력 암투는 더욱 가열되는 상황이다.

러시아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외국 투자가들도 잇달아 자금 투입을 미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치주의가 확립되지 않은 국가에서 대통령이 교체되면 종전의 계약이 언제 종잇장으로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