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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중국지리 확장사… ‘중국지리 오디세이’

입력 | 2007-11-10 03:01:00


◇ 중국지리 오디세이/호아상, 팽안옥 지음·이익희 옮김/536쪽·2만 원·일빛

중국인들은 자신의 지리와 산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지리 환경에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또 어떻게 대결하고 극복하면서 중국의 역사와 문명을 이끌어 왔을까. 새롭고 흥미로운 질문이다.

중국의 40대 역사지리학자 두 명이 그 질문에 매달렸다. 각종 사료에 대한 면밀한 고증을 통해 중국인들이 지리적 공간을 어떻게 이해해 왔는지를 들여다보았다. 지리를 통해 바라본 중국사의 흐름이라고 할까. 저 장대한 산하에서 황허(黃河)와 창장(長江) 강처럼 흘러온 중국의 역사를 만나다 보니 책의 흐름이 유장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주목할 내용은 중국 지리를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시각의 변화 과정. 황허 주변의 중원에 머무르지 않고 더 드넓은 곳으로 지리적 시야를 넓혀 나간 과정을 극적으로 풀어 놓았다.

중국 고대신화를 보면, 고대까지만 해도 중국인들은 중국의 서쪽 땅 서역을 ‘귀신과 죽음의 땅’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역사시대로 건너왔을 때 중국인들은 서역을 ‘무궁무진한 호기심과 극한의 인내력으로 탐험이 가능한 지리적 공간’으로 생각을 바꿨다. 그렇게 해서 한무제가 로마와의 교역을 꿈꾸었고 현장법사가 타클라마칸 사막을 넘어 천축(인도)까지 갈 수 있었다. 명대 15세기 초에 이르면 7차례에 걸쳐 아프리카까지 원양 항해를 감행하기도 했다. 중국의 지리적 시야와 욕망은 이렇게 확장되어 갔다.

황허와 창장 강에 대한 중국인들의 생각은 남다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 강들의 발원지에 대한 장구한 논란이다. 수천 년 전부터 발원지에 대한 논란이 시작되어 20세기 말 공통된 결론에 이르기까지 그 논란의 과정은 중국 지리과학의 대장정을 보는 듯하다.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많다. 중국을 석유 부자로 만들어 준 타클라마칸 사막 얘기가 특히 재미있다. 죽음의 땅으로 불리던 이 사막은 1980년대에 놀라운 사실을 토해 냈다. 수억 년 전에는 광활한 바다였으며 현재 500억 t(지구 전체 석유 매장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석유가 매장되었다는 사실. 더욱 놀라운 건 중국 송나라 때 이미 이 같은 사실을 예견했다는 내용이다. 중국이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독립에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석유 때문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중국 열풍의 시대, 장대한 중국 산하를 넘나드는 듯 그 호방한 분위기가 좋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