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이구아나 기르게 해 주세요!/캐런 카우프만 올로프 글·데이비드 캐트로 그림·안민희 옮김/40쪽·8000원·중앙출판사(4∼7세용)
꼬물꼬물 움직이는 동물을 집에서 키우고 싶은 건 모든 아이의 열렬한 소망. 다만 알렉스는 흔한 강아지나 고양이가 아니라, 이구아나를 키우고 싶어 한다. 친구 마이키네가 이구아나를 두고 이사 간다는데, 만약 스팅키가 맡게 되면 고약하게 생긴 그 집 강아지 러치가 잡아먹을까 싶어 알렉스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엄마한테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마이키가 이사 가면, 제가 걔네 새끼 이구아나를 맡으면 안 돼요?’라고 엄마에게 간절하게 부탁하는 알렉스의 편지로 시작된다.
그렇지만 알렉스의 엄마는 애완동물 키우기의 어려움을 잘 아는 터. 딱 잘라 “안 돼”라고 하는 대신, ‘네 마음씨가 너무 고와서 기쁘구나. 하지만 러치가 이구아나 집에 들어가게 스팅키 엄마가 그냥 놔두겠니?’라고 완곡하게 돌려 말하는 답장을 보낸다.
이 책은 엄마와 아들의 편지 모음이다. 못 생긴 동물이지만 실제론 이구아나가 얼마나 예쁘게 구는지, 자신이 이구아나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길 것인지를 편지에 쓰면서 알렉스는 엄마를 설득한다. 그렇지만 애완동물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잘 아는 엄마는 영 마뜩찮다.
탁구경기처럼 통통 튀는 편지 대화를 읽다 보면 절로 웃음이 터진다. ‘엄마에게. 엄마는 이구아나랑 마주칠 일도 없을 거예요. 이구아나 집을 제 방 옷장 위에 둘 거니까요. 천 번 만 번 뽀뽀를 보내며, 알렉스’ ‘알렉스에게. 이구아나는 2m나 자란단다. 엄마가.’ ‘엄마에게. 이구아나가 그렇게 커지려면 15년이나 걸린대요. 그때쯤이면 아마 나도 결혼해서 따로 살고 있을 거예요. 다 자란 똑똑한 아들, 알렉스.’ ‘알렉스에게. 도대체 어떤 여자가 2m나 되는 파충류를 키우는 남자랑 결혼을 하겠니? 너무나 걱정스러운 엄마가.’ ‘엄마에게. 결혼은 됐고요, 난 지금 새 친구가 필요하단 말이에요! 이구아나는 내 마음에 쏙 드는 동생이 되어 줄 거예요. 외로운 아들, 알렉스.’ ‘알렉스에게. 너, 동생 있잖아. 엄마가.’
엄마의 편지를 받고 붉으락푸르락할 알렉스의 얼굴이 그려진다. 그래도 엄마에게 달려가 벌컥 화내는 대신 알렉스는 앉아서 편지를 쓴다. 글로 자기 생각을 표현할 때의 차분함과 위트를 편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알렉스가 이구아나와 함께 노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행복한 웃음을 짓다가, 엄마의 편지에 인상을 쓰기도 하고, 애원하는 표정을 짓기도 하는 유쾌하고 풍부한 그림도 이야기와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 아이가 엄마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애완동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음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 와 닿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