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등록 D-15…지지율 제자리 범여의 딜레마
범여권 대선 후보들이 노무현 정부 실정(失政)의 그림자에 묻혀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대선 후보 등록이 15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10%대 초반으로 3위에 머물고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탈당 및 무소속 출마 선언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지만 지지율은 정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정 후보와 민주당 이인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선 후보의 지지율까지 다 합쳐도 1위인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40% 안팎)의 절반에 불과한 절대적 불균형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여당이자 원내 제1당의 대선 후보가 3위로 밀린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며 야당 후보와 야당을 탈당한 후보의 지지율 합계가 60%를 상회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범여권 후보들의 부진은 무엇보다 노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냉혹한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게 범여권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임기 말인데도 이른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이라는 취재통제 조치를 밀어붙이는 등 여론을 무시한 정책 강행으로 범여권에 대한 민심 이반을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또 정윤재 대통령의전비서관, 변양균 대통령정책실장, 전군표 국세청장 등 현 정부의 핵심 공직자들이 권력형 비리로 잇따라 구속되면서 ‘도덕성’을 내세워 온 노무현 정부와 범여권 주자들의 집권 명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여권 후보들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의 노 대통령의 영향력을 의식한 때문인지 현 정부의 실정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 채 어정쩡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지리멸렬한 상황을 자초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던 고건 전 국무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이 중도에 포기하거나 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낙마한 것을 볼 때 노 대통령의 ‘비토’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 핵심 당직자는 9일 “정 후보는 경선 뒤 일부 정책에서는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그늘에서 헤어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범여권 후보들의 더 큰 고민은 노 대통령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지지율이 상승할 기미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한 정치학자는 “범여권 후보들이 노 대통령과의 관계에 연연해 자신만의 브랜드를 보여 주지 못하고 네거티브에만 의존할 경우 수세에서 탈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