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180으로 빠져나온다. 다 끝나가는 바둑판에서 벌어지는 최후의 결전이다. 돌과 돌이 바투 붙어 부닥치고 있지만 얼마 전 같은 치열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두 대국자는 우하 귀 전투의 결과를 이미 내다보고 있다. 암묵적으로 ‘이제 끝’이라는 것을 서로 인정하며 먼 길을 달려오는 동안 가빠진 숨을 고르고 있는 것이다.
흑 191까진 외길 수순. 단순히 수를 줄여나가면 백이 필패다. 백은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196으로 먹여친 뒤 198로 패 모양을 만든다.
그러나 흑은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묵묵히 백의 수를 메워간다. 백이 가장 좋은 길로 가도 흑이 패를 먼저 때려내는 결과를 피할 수 없다. 물론 반상에는 우하귀 패의 대가를 얻을 만한 팻감은 존재하지 않는다. 흑 205를 보자마자 박영훈 9단은 돌을 던졌다. 더 둔다면 참고도 백 1로 흑의 수를 메우는 것이 최선이다. 흑은 2, 4로 백 일부를 잡은 뒤 백이 하변 흑 8점을 잡는 것을 기다려 흑 6으로 좌하 귀를 손에 넣으면 승부 끝이다. 202…196.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