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악재가 겹치면서 12일 코스피지수가 67.05포인트 떨어지는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시황판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 67P 급락… ‘미일중 3각악재’ 언제까지
美 경기침체로 日투자자들 돈 회수 나서
엔화 급등… 주가폭락-금융경색 직격탄
中 긴축조치 강화… 국내 수출업체 타격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 중국 긴축 우려, 미국 경기 둔화 및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달러화 약세와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
증시 호황의 달콤함에 취했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최근 들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전 세계적인 악재에 휘말려 휘청거리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라는 불씨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중국 긴축이라는 기름을 부은 양상이다.
이 같은 ‘미일중(美日中) 3각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한국 경제는 주가와 환율이 크게 출렁거리고, 이는 경기 회복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본격화하나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금리인하 전망 등이 맞물리면서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급등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다시 높아졌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란 금리가 싼 일본 엔화 자금을 미국 등 금리가 높은 지역으로 들여와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 금리차익과 투자수익을 동시에 챙기는 자금을 말한다.
이런 자금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미국 내에서 손실 위험이 커지자 일본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엔 캐리 투자자들이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면서 엔화 가치는 급등했다.
세계적으로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이 가속화되면 해당국은 주가 폭락과 금융경색 현상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증시에도 상당한 규모의 엔 캐리 자금이 투자됐다는 점에서 한국도 이런 파장에서 예외가 아니다.
12일 코스피지수가 급락한 것은 중국 긴축 우려라는 악재 외에 엔 캐리 자금의 이탈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이 컸다.
반면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어 한국의 수출에는 어느 정도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엔 캐리 트레이드 변수 영향으로 지난 주말(9일)보다 달러당 4.50원 오른(원화가치는 하락) 911.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엔화가치 상승으로 원-엔 환율도 100엔당 825.68원으로 20.57원 올랐다.
이처럼 원화 환율이 오르면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의 수출품목은 가격경쟁력이 높아지지만 일본에서 부품을 들여오는 기업의 채산성은 나빠지게 된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분석부장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수면 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과정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 긴축 움직임 주시해야
중국의 긴축조치도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은 물가가 과도하게 오르고 있고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경기과열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2%로 현재 예금기준금리인 연 3.87%를 크게 웃도는 상황인 데다 무역흑자와 달러화 약세 등으로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이번 지준율 인상은 올해 들어 9번째로 지난달 25일 이후 불과 2주 정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지준율이 인상되면 은행들은 더 많은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하므로 대출이 줄어 시중 유동성이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지준율 인상이 중국의 물가상승 압력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3일 발표되면 조만간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이 앞으로 긴축조치를 얼마나 강화하느냐에 따라 한국도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